“절 만지지 않으면 심장이 빨리 뛰지 않는 건가요? 저랑 같이 있어도? 섭섭한데요.”

20일 방영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회에서 이준호(강태오 분)가 신체 접촉으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우영우(박은빈 분)에게 건넨 말이다.

방송 직후 이 장면은 SNS 및 커뮤니티 등지를 뜨겁게 달궜다. 20일 제작사 에이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관련 클립은 21일 오후 3시 기준 54만뷰를 넘겨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들었다. 같은 날 ENA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클립 역시 조회수 22만을 돌파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한 만큼, 이러한 성과는 그리 놀랍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신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로 분한 박은빈이 아닌 강태오의 연기력이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간 우영우와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온 이준호는 굳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을 만져보겠다는 우영우의 직진에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설렘으로 한껏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띤 채 그에게 천천히 다가서며 감정을 자각하게끔 했다.

여기에서 강태오는 고백 아닌 고백에 급격히 흔들리는 동공, 기대감에 살풋 올라간 입꼬리,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 등 비언어적 표현은 물론, 호감이 전제인 나직한 말투, 긴장해서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같은 반언어적 표현까지 적절히 사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한 “섭섭한데요”라는 대사 처리에서 그의 연기가 빛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실 애청자들은 일찌감치 멜로에 최적화된 강태오를 알아봤다. 2화에서는 이준호가 우영우와 잠입 조사를 위해 웨딩숍을 방문, 그곳에서 우영우의 웨딩드레스 자태를 보고 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강태오는 이 신에서 홀린 듯 우영우를 응시하며 서서히 일어나는 이준호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단단히 사랑에 빠진 듯한 눈빛은 이들의 로맨스를 예고해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새삼 강태오의 표현력에 큰 관심이 쏠리면서, 이준호와 결이 다른 인물로 분했던 드라마 ‘조선로코 - 녹두전’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섬찟한 표정을 지으며 ‘능양군, 훗날의 인조’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한 그를 인상 깊게 본 누리꾼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캡처에 ‘훗날의 영우 남편’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밈으로 소비 중이다. 이는 대중이 그의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21일 스포츠서울에 “(강태오가) 언제 빛을 볼까 했는데 드디어 포텐이 터졌다. 비교적 최근작인 ‘조선로코 - 녹두전’이나 ‘런 온’에서도 기복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다. 특히 눈빛처럼 세밀한 표현에 강점이 있고 또래 배우들과 비교해도 얼굴을 잘 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로맨스가 주가 되는 작품도 아니고 그 전개가 급하지 않다. 그래서 그의 섬세한 연기가 더 돋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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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이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