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요코하마 참사' 이어 2경기 연속 0-3 패배…2위로 대회 마무리

4회 연속 동아시아축구 최강 자리에 오르려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일본 앞에 또다시 맥없이 무너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후반에만 소마 유키, 사사키 쇼, 마치노 슈토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0-3으로 완패했다.
앞서 중국과 홍콩을 모두 3-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던 한국은 이날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대회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쓴맛만 제대로 봤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도 1개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2003년 시작된 동아시안컵 남자부에서 최근 3회 연속(2015년, 2017년, 2019년) 및 통산 최다인 5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승 1패(승점 6)로 이번 대회를 마친 한국은 일본(승점 7ㄱ2승 1무)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일본이 2013년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전날 여자부에서 대회 2연패를 이룬 데 이어 남녀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과 역대 맞대결에선 한국이 42승 23무 16패로 우위는 이어갔으나 2000년대 이후 전적을 놓고 보면 6승 7무 6패로 맞섰다.
특히, '요코하마 참사'로 불리는 지난해 3월 원정 친선경기에 이어 최근 2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도 일본에 0-3으로 지는 등 각급 대표팀이 연달아 일본에 참패를 당해 더욱 자존심을 구겼다.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해외파 주축 선수들을 소집할 수 없었던 터라 한국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꾸려 이번 동아시안컵에 나섰다.
사정이 다를 바 없는 일본은 전원 자국 프로축구(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김천)을 최전방에, 나상호(서울)와 엄원상(울산)을 좌우 측면에 세워 공격진을 구성했다.
중원에서는 김진규(전북)와 권창훈(김천) 아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중앙수비수인 권경원(감바 오사카)을 배치했다.
현 대표팀에는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어 그 자리에 수비수 권경원을 세우고 전술적 조화를 점검했다. 수비는 포백을 유지했다. 주장 완장을 찬 김진수와 김문환(이상 전북)이 좌우 풀백, 박지수(김천)와 조유민(대전)이 중앙수비를 맡았다. 골키퍼 조현우(울산)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골문을 지켰다.
일본은 6-0으로 대승한 홍콩과 1차전에서 두 골씩을 터트린 소마, 마치노, 니시무라 다쿠마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마치노가 페널티지역 앞에서 기습적으로 시도한 중거리 슈팅을 조현우가 쳐내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은 이후 일본의 공세에 전반 내내 시달렸다.
일본이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조여들어 한국은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못했다. 패스는 자주 끊겼고 문전으로 공을 투입하기조차 힘들었다. 전반 유효슈팅은 한 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전반 19분에는 권경원이 상대 압박에 공을 빼앗긴 뒤 소마가 골 지역 왼쪽까지 드리블해 왼발로 슈팅한 게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와 실점 위기를 넘겼다.
전반 34분에는 소마의 코너킥이 바로 골문으로 향하는 것을 조현우가 힘겹게 쳐냈고, 이어 미즈노마 고타의 오른발 슈팅은 조현우에게 잡혔다.
한국은 전반 40분 나상호의 중거리 슛과 2분 뒤 김진규의 슈팅이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양 팀 모두 변화 없이 시작한 후반 초반 결국 균형이 무너졌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니시무라의 슈팅을 조현우가 막아냈지만 후반 4분 소마의 헤딩 슛으로 선제골을 빼앗겼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후지타 조엘 치마가 올린 크로스를 소마가 골 지역 왼쪽으로 김문한과 경합하며 쇄도해 헤딩으로 한국 골문에 꽂았다. 한국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실점이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11분 엄원상을 빼고 송민규(전북)를 투입해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후반 18분 추가 골을 내줘 승부가 더욱더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소마가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리자 사사키가 골문 정면에서 헤딩으로 돌려놓아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23분 권창훈과 박지수를 빼고 이영재(김천)와 조영욱(서울)을 투입했다. 중앙수비수 박지수 자리로 권경원이 옮겨가면서 권경원의 수비형 미드필더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한국은 후반 27분 니시무라, 고이케 류타로부터 이어진 간결한 원터치 패스를 마치노가 왼발슛으로 마무리하면서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후반 32분 송민규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걸려 결국 벤투호는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벤투 감독은 후반 40분 김진규를 김동현(강원)으로 교체했으나 경기 흐름을 바꾸기에는 큰 의미 없는 선수 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