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의 안방 점령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회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법무법인 한바다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23일 종영한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는 더블 보드 천재 외과의에서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가 된 한이한(소지섭 분)의 이야기를 그렸고, 같은 날 마무리된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의 주인공 오수재(서현진 분)는 TK로펌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이자 스타 변호사다.

방영 예정 작품들에서도 극을 이끌어가는 변호사 캐릭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9일 첫 방송을 앞둔 MBC 금토드라마 ‘빅 마우스’는 천재 사기꾼이라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삼류 변호사 박창호(이종석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내달 전파를 타는 KBS 새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의 여주인공 김유리(이세영 분)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4차원 변호사다.

올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유독 변호사가 안방을 휘어잡는 분위기다. 특히 여성 변호사를 타이틀롤로 삼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왜 오수재인가’는 신선하고 입체적인 여성 변호사 캐릭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청률 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지난 21일 방송된 8회에서 13.1%를 기록했고, ‘왜 오수재인가’는 자체 최고 성적 10.7%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처럼 다른 작품에서 같은 직업을 가진 인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비슷한 시기에 사랑받는다는 지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현상을 법정물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와 접근성이 높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 한 방송 관계자 A씨는 27일 스포츠서울에 “법정물은 대개 에피소드 형식을 취하지 않나. 특히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면 그가 수임한 사건의 해결 과정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청 호흡이 짧아지는 추세인데 에피소드로 전개되면 짧은 호흡을 유지하기가 용이하다. 변화된 시청 패턴에 적합한 장르”라고 밝혔다.

매니지먼트 관계자 B씨는 “평소 법을 접하기 쉽지 않으니 더 멀게 느껴지지 않나. 어렵지 않게 영상으로 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줘서 많은 분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극 중 사건이 우리네 이야기일 때도 많다. 약간의 상식도 얻고, 남 일 같지 않은 것에서 오는 공감대가 있다. 변호사 이야기가 무조건 재밌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법정물이라고 다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소재가 관건”이라고 봤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