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나은 미래와 도약을 위해 한유미 KBSN 해설위원이 자신만의 배구생각을 이야기한다. V리그 출범부터 함께했던 레전드의 시선으로 여자배구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살펴보자. 편집자주

2006년 초대 컵대회는 나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나는 현대건설의 주축 레프트였고, 6경기에 88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감사하게도 여자부 MVP가 나에게 돌아왔다. 첫 대회의 MVP 타이틀을 얻었으니 컵대회는 나에게 좋은 추억인 셈이다. 
어느새 컵대회의 역사도 16년 차에 접어들었다. 과거 컵대회는 V리그와 다름없이 전력을 쏟아 성적을 내야 하는 큰 무대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 컵대회는 V리그 시즌을 시작하기 전 갖는 일종의 중간 점검 무대 성격이 강하다. 결과나 우승 그 자체보다는 V리그 시즌을 앞두고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전력을 갖춰가는 게 더 중요한 대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어떤 분위기일까. 일단 큰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대표 선수들이 빠지지만 김연경(흥국생명)과 김희진(IBK기업은행) 등 V리그 스타들의 출전 소식에 지인들도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여자배구에게 중요한 시기다. 올해 여자배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연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 관심을 받는 컵대회에서는 조금이라도 이를 만회했으면 좋겠다. 이벤트성 경기로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이번에도 대표 선수들이 차출돼 각 팀 별로 전력 누수가 있다. 그래도 컵대회는 마냥 테스트 무대가 아니다. 최근 연습경기를 다니면서 각 팀 사령탑들은 컵대회를 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과거엔 컵대회 우승팀이 V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컵대회에서의 경기력이 V리그로 연결된다고 본다. 외국인, 대표 선수가 들어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팀 분위기나 스타일은 큰 틀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컵대회 우승팀(GS칼텍스, 현대건설)이 V리그 정상에 서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비주전급 선수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외국인, 대표 선수가 빠진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선수 시절 후반기에는 비주전으로 시즌을 보냈다. 벤치 멤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편이다. 비주전 선수들은 경기 중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컵대회라도 많은 시간 출전한다는 것은 그런 선수들에게 대단히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이 기회를 살려 비주전급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컵대회를 통해 단번에 주전으로 도약하긴 어렵겠지만 V리그 시즌에 돌입했을 때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사실을 감독에게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절한 누군가에게 컵대회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해설위원 입장에서 컵대회를 보면 연습을 많이 한 팀과 선수, 반면 그렇지 않은 팀과 선수가 눈에 보이기도 한다. 컵대회 후 2개월의 시간이 있긴 하지만 현 주소를 확인할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의 의미는 크다고 본다. 특히 외국인, 대표 선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V리그에서 많이 뛰지 않은 선수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해설위원에게는 공부가 되는 시간이다.  

KBSN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