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위 속도전에 의총서 비이재명계 반발…계파갈등 확산 조짐

일부 3선들 긴급회동하기도…내일 비대위 결정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정수연 정윤주 박형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이재명 방탄' 논란이 불거진 '당헌 80조 개정' 속도전에 나서면서 당내 파열음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의견 수렴을 위한 의원총회 도중 이뤄진 전당준비위원회(전준위)의 개정안 의결은 비이재명계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친이재명계는 당헌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 맞여론전을 펼치면서 이른바 '80조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준위는 이날 오전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어 당헌 80조 1항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직자의 직무정지 기준을 '검찰의 기소 여부'에서 '1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을 시'로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는 당헌 개정을 통해 정치보복성 수사 대상자들을 미리 '보호'해야 한다는 일부 강성 당원들과 친이재명계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의총장에서 개정안 의결 소식을 전해 들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대거 발언대에 올라 전준위 결정을 비판했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와 전날 후보직에서 사퇴한 강훈식 의원은 물론 최고위원 후보인 윤영찬 의원, 설훈·전해철·조승래 의원까지 모두 7명이 반대 토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후보는 "당헌을 이렇게 고치면 국민의힘이 비웃을 것이다. 과거 위성정당 논란, 내로남불 논란이 있던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마지막 기회는 비대위에서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당 대표 시절) 현 당헌을 만들 때도 의원 130명 중 30여 명이 검찰 수사를 받던 상황이었다"며 "그러한 혁신 노력과 실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 결국 총선 승리와 정권 창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 3선 의원 7명(김경협 남인순 도종환 민홍철 이원욱 전해철 한정애)은 의총 후 국회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현 시점에서의 당헌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이를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반면 개정 찬성파인 친이재명계에선 양이원영 의원이 의총 발언대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도록 그냥 두는 게 맞습니까. 검찰이 세상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벌거벗은 칼날을 휘두르는 지금, 최선은 방어"라며 "의총에서 박용진 의원이 당헌 80조 이야기를 하길래 제 개인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장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행위가 검찰 기소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장외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재명 최측근 그룹' 7인회 소속인 임종성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공화국에서 프레임을 씌우면 누구든 기소될 수 있다.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아도 복구가 되지 않는다"며 "당헌은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전북에 머물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내 논란이 격화하면서 시선은 17일 예정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쏠린다.

당헌 개정 확정은 비대위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최종 중앙위원회의 판단에 달렸지만 사실상 비대위 결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앞서 당헌 개정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비대위에서 '급제동'이 걸리거나 절충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 위원장은 의총 후 '내일 비대위에서 결정을 낼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회의를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이날 오전 전준위의 개정안 의결이 신속히 이뤄진 데 대해 "의총이 끝나고 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의총 중에 결정돼 당황했다"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번 '80조 개정' 논쟁은 친이재명계 대 비이재명계의 신구권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 후 당을 잘 추슬러온 우상호 비대위가 어찌보면 마지막 시험대에 선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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