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이지만 ‘친절한 빵아저씨’의 상냥한 미소는 그대로였다. 할리우드 영화 ‘불릿 트레인’으로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유쾌한 입담과 빼어난 매너로 한국 취재진을 홀렸다.

그가 주연한 ‘불릿 트레인’은 평소 자신은 운이 없다고 여기는 킬러 레이디버그가 시속 250마일로 달리는 일본 초고속 열차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마리아비틀’을 원작으로 영화 ‘데드풀’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연출했다.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중 레이디버그 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자신이 맡은 역할보다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애런 테일러 존슨 이야기, 그리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할리우드 톱스타로서 모든 질문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방지하고, 함께 내한한 애런 테일러 존슨이 자칫 ‘병풍’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에 대해 “7명의 소시오패스가 하나의 기차에서 만난다. 공통의 사건을 겪은 후에 한곳에 모인다. 각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했다”며 “엄청난 액션으로 가득 찬 영화”라고 소개했다.

또 레이디버그 캐릭터에 대해서는 “열심히 노력해도 항상 잘못되는 특이한 인물이다. 항상 악역이나 독특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명과 운이 극을 이끈다. 액션 시퀀스를 찍으며 가장 좋았던 건 감독이 오랜 동료이자 친구였다는 것이다”라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언급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 ‘파이크 클럽’(1999)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턴트 더블(대역) 관계였던 두 사람은 성룡과 찰리채플린을 존경한다는 공통분모로 친해졌다. 이후 ‘트로이’(2004), ‘미스터&미세스 스미스’(2005)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브래드 피트는 “스턴트 더블 출신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감독이 되는건 흔치 않은 경우”라며 “스턴트 더블은 배우가 연기를 잘하게 도와주는 역할인데 감독은 총괄 책임자로서 극의 비전을 표현하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전달한다. 이전에는 제가 상사였다면 지금은 감독님이 저의 상사인 셈”이라고 농을 던지며 “이렇게 특별한 관계로 이어가게 돼 기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텐저린 역의 애런 테일러 존슨에 대해서는 “애런은 크리스찬 베일이 생각날 정도로 뛰어난 배우다.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애런 테일러 존슨도 “브래드 피트는 레전드이자 아이돌이고 멘토다. 우리 모두를 잘 챙겨줬다”며 “훌륭한 액션신을 브래드 피트와 함께 하게 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며 내내 기대감을 드러냈다. 브래드 피트는 “나는 영화 홍보 때문에 온게 아니라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온 것”이라고 공언했고 애런 테일러 존슨도 “어제는 삼계탕에 깍두기를 먹었고 오늘은 삼겹살을 먹을 예정”이라며 “경복궁, 광화문, 한국 전통 가옥 등이 무척 아름다웠다”고 감탄했다.

두 사람은 간담회 말미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겠다”고 취재진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는 “우리에게 마법같은 시간이다. 다시 한 번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팬데믹 기간은 우리 모두에게 기이하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인생이 길지 않기에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영화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리는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 소통할 계획이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