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후 주요국 정상 첫 다자무대

푸틴-젤렌스키 대면 가능성도 배제못해

미-중·러 '신냉전 대결구도' 격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올해 가을 초대형 외교전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19일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11월 자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세 정상의 참석이 확정된다면 이번 G20 정상회의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미·중·러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 정상이 집결하는 첫 다자 무대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등 사이에는 새로운 전선이 그려지며 '신냉전'의 기류가 형성됐다. 이번 회의는 또 한 번 양측의 대결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도 고조된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초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전쟁 이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G20에서 러시아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조코위 대통령의 전언과 관련해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 여부에 관해 확인해주지 않았고, 중국 정부도 시 주석이 직접 회의에 참석할지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비동맹 중립 외교를 고수해온 인도네시아는 서방측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첫 대면 회동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말 통화에서 대만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향후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 의사를 확인한 바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미국 상·하원 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대만 섬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등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이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경우 이번 G20 참석이 확정될 경우 거의 3년 만에 첫 국외행이 된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공식 인정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미얀마 국빈 방문을 마지막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