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달러화 초강세와 중국 경기둔화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신흥국 증시의 약세장(베어마켓)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지난해 2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최근 594일 동안 약세장을 지속, 2001년 9월 끝난 이전 기록 589일을 넘어섰다.

통상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MSCI 신흥국 지수는 지난해 최고점보다 약 39% 떨어진 상태다. 이 지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고점 대비 하락폭이 66%에 이른 바 있다.

앞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주저 없이 강달러 기조를 유지해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흥국 증시의 약세장은 당분간 더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여기에 더해 MSCI 신흥국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들의 전망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미국 등 서구 각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어두운 것도 신흥국 증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시장분석기업 TS롬바드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순유출된 자금 규모가 코로나19 대확산 시작 이후 가장 컸다.

존 해리슨 TS 롬바드 신흥국 거시전략 담당 상무이사는 "신흥국 증시는 달러 평가절상과 미국 주식시장 약세로 인해 계속해서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대외 상황이 악화하면 신흥국 자본 유출은 가속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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