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서울청장 집무실 압수수색…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될 가능성

구청·서울시 소방조직 등도 일제 강제수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송정은 박규리 기자 = 이태원 참사 수사가 경찰 최고 지휘부를 겨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8일 오전부터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본부, 이태원역 등 4개 기관 55곳에 84명을 보내 수사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압수 수색 대상에는 윤희근(54) 경찰청장과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의 집무실이 포함됐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이미 입건된 이임재(53)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시작으로 윤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청장도 조만간 소환될 전망이다.

◇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상대 강제수사 착수

이날 압수수색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 3개 기관 26곳을 대상으로 이뤄질 정도로 경찰에 집중됐다.

특히 참사 닷새째인 지난 2일 1차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던 윤 경찰청장과 김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 집무실이 포함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들의 휴대전화 등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핼러윈 대비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하고 참사 발생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경찰의 늑장 대응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수본이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1차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이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 뒤에서야 현장에 도착한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핼러윈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경위와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이유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 전 서장은 김 서울청장 등 지휘부에 보고를 지연하고,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 정보·경비부장실과 112상황실장실, 용산경찰서 정보·경비과장실도 압수수색 중이다.

서울경찰청과 관할 용산경찰서의 정보라인이 참사 전 인파 과밀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상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는지, 이 보고서가 사후 삭제 됐는지가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윤 경찰청장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가 삭제됐다고 확인한 만큼 이 과정에서 상급자의 회유나 압력이 있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참사 4시간 전부터 접수된 112 신고의 전파와 현장 대응도 전반적으로 수사할 전망이다.

◇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등 추가 압수수색

특수본은 용산구청에도 수사 인력을 보내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문화환경부 사무실, CCTV 통합관제센터 등 19개소를 관련 자료 등을 확보 중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주무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이 적절한 재난안전관리 조치를 했는지와 참사 뒤 관할 지방자치단체로서 대응이 적절했는지 입증할 자료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용산소방서 등 소방 관련 7곳도 압수수색 대상이다. 이들 소방 관련 조직은 119 신고를 접수해 구조인력의 현장 출동을 명령하는 계통이다.

용산소방서에서는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집무실을 중점적으로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최 소방서장의 휴대전화와 수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최 소방서장은 참사 발생 전 112신고를 받은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도 출동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오판해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또 참사 당일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과 관련, 경찰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본사와 이태원역도 압수수색 중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의 휴대전화와 핼러윈 축제 관련 문서, 관련 CCTV 영상파일, 컴퓨터 저장 정보 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윗선으로 치닫는 수사…줄줄이 소환 임박

특수본이 경찰 조직의 정점인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이번 수사의 종착점이 경찰의 최고 수뇌부라는 방증이다.

1차 압수물 분석으로 참사 경위와 공권력의 대응 부실을 상당히 파악한 특수본은 이들 경찰 수뇌부 역시 핼러윈 사전대책과 사고 이후 수습 과정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2차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수본은 2차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 통신기록 등 자료 등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윤 경찰청장과 김 서울청장의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에게는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최 소방서장 등 각 기관 지휘계통 책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핼러윈 대비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해 참사 발생을 초래했고, 참사 발생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피해 규모를 확대했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수본 수사가 경찰 수뇌부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방·행정조직 '윗선' 중에도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책임이 없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법령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고 수사 대상이 정리되면 특수본은 경찰 수뇌부를 포함한 관련자를 상대로 곧 소환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 등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