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희생유골 봉환 사업하다 2019년 전후 남북교류 단체로 부상

쌍방울·경기도로부터 수십억원 기부·후원…경기도와 국제행사도

검찰, 잠적했다 체포된 아태협 안모 회장 내일쯤 영장 청구 예정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쌍방울 그룹과 함께 거액의 달러를 밀반출한 뒤 이를 북측에 전달한 의혹을 받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 체포되면서 검찰의 대북 송금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10여 년간 일제강점기 희생자 유골 봉환 사업을 벌이던 아태협이 2019년을 전후로 남북교류 지원 기관으로 급부상하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 15년간 유골 봉환하던 아태협…경기도서 대북 사업 관련 20억원 지원받아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태협은 2004년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희생자 자료수집과 유골 조사 착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2007년엔 태평양전쟁희생자봉환위원회를 출범하고, 2009년과 2010년 각각 일본 시즈오카광산과 후쿠시마탄광에서 희생자 유골 141위를 봉환한다.

그러던 아태협이 북한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한 건 2018년.

아태협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혁 자료에 따르면 아태협은 2018년 8월과 12월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양위원회 초청으로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한다.

그해 11월엔 경기도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한다.

이듬해 3월엔 대북지원사업자로 통일부 승인을 받기에 이르는데, 평양에 처음 방문한 지 불과 7개월 만의 일이다.

아태협은 경기도의 대북 교류 사업에 집중적으로 참여하는데, 2019년 4월엔 도의 북한 어린이 급식용 밀가루 및 미세먼지 저감용 묘목 지원사업 위탁 수행자로 지정된다.

같은 해 7월 필리핀에서 열린 두 번째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도 아태협이 맡으면서, 경기도로부터 2년간 총 20억여원의 지원금 받게 된다.

남북교류 경험이 거의 없던 단체가 경기도의 대북 행사를 도맡게 되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9년 11월 13일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소속 김강식 도의원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동북아전쟁에 대한 부분들 속에서의 평화 활동을 해왔던 단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단체 홈페이지를 보니까 남북협력사업을 한다고 했다"며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받으려며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들이 없다. 3월에 지정이 됐는데 어떻게 이런 부분들의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따졌다.

◇ 쌍방울과 후원 업무협약도…안 회장, 쌍방울 계열사 사내이사로

아태협은 경기도의 대북 행사와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쌍방울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2019년 1월 쌍방울은 아태협 안모 회장을 계열사인 나노스 사내이사로 영입한 뒤 곧바로 아태협 후원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쌍방울은 이때부터 아태협에 사무실 및 행사 비용을 지원한다. 2018년 12월에는 9억원(계열사 포함)의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검찰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공소장을 보면 "2019년 1월 17일 중국에서 쌍방울은 이 전 부지사와 아태협 안 회장의 도움으로 북한의 조선아태위와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한다"고 돼 있다.

이어 "쌍방울은 2019년 5월 12일에도 이 전 부지사와 안 회장 도움으로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경협 합의서를 작성하고 지하자원개발협력 등 6개 분야의 우선적 사업권을 취득한다"고 적혀있다.

이 과정에서 나노스는 대북 관련 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아태협 등의 도움으로 북측과 대북사업 합의서를 작성할 무렵인 2019년 1월에만 2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22억원 상당)가 중국으로 밀반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밀반출에는 당시 쌍방울 계열사 임직원 수십 명이 동원됐으며, 안 회장도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종국에는 북측 인사에게 건네졌으며, 쌍방울의 대북 사업권 취득 대가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한 달여 간 잠적한 안 회장 체포…검찰, 내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

각종 의혹으로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던 안 회장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9월 말에서 10월 초순 사이 잠적했다.

이미 검찰의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뒤라 국내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던 그는 지난 9일 오후 6시 5분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서 붙잡힌다.

검찰은 안 회장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외에도 증거은닉교사죄를 적용했다.

그가 아태협 회계를 부정하게 사용한 물증을 직원 등에게 숨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기도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는지도 따져볼 계획이다.

검찰은 체포 시한을 고려해 오는 11일 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