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민주당에서 이번 중간선거 선전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가도에 탄력을 받는 것을 놓고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팔순을 앞둔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 밖의 선전으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세대교체에 실기하며 재집권 기회를 놓치는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칼럼에서 집권 민주당이 상원을 수성해낸 것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에 최악의 악몽일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1942년생으로 미국 정치사상 역대 최고령 기록을 세우며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80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2028년에는 86세가 된다.

미국 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더라도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선데이타임스는 지적했다.

중간고사 직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성향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바이든 대통령 외 다른 후보가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서야 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40세 이하에서는 75%가 다른 후보를 원했고, 지난 7일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도 투표자의 3분의 2가 "연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몇 차례 안 되는 중간선거 유세에서조차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출마한 존 페터만 상원의원후보 지원 행사에서 민주당의 선거운동 노력을 표현하던 도중 "우리는 54개 주에 갔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총 50개 주로 구성된 연방제 공화국이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캠프 공신 중 하나인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과 같은 당 중진들도 대통령의 연임 도전에 부정적이다.

클라이번 의원은 이번 선거 직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누가 어떤 능력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다만 실제 차기 대선후보 선출 과정은 당 안팎의 상황과 맞물려있는 만큼 아직 안갯속이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대선의 맞수가 2024년 재대결하는 구도가 어느 진영에 유리할지도 판단해봐야 할 대목이다.

당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와 존재감이 예상보다 견고하게 유지됨에 따라 다른 잠재적 경쟁자가 등장해 이름을 알리고 선거자금을 모으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건 주지사를 위시한 잠룡들은 현재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같은 유명 정치인 정도만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데이타임스는 "바이든은 9·11 테러로 조지 W. 부시가 반사이익을 본 2002년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고의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아직 진짜 고난은 닥치지 않았다. 승리에는 무거운 대가가 따른다"며 "2024년에는 출마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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