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며 미 정치역사 새로 쓴 펠로시…민주당 지도부 선거 불출마 선언

[인물탐구]

 2003년부터 20년간 민주당 리더…2007년 첫 여성 하원 의장 선출
트럼프 하원 탄핵안 두차례 처리, 의장석서 연설문 찢어 "미친 낸시"
"새로운 시대…평의원으로 백의종군" 공화당 의원들까지 기립 박수


지난 20년간 연방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끌어왔던 낸시 펠로시(82) 하원의장이 민주당 하원 '1인자 자리'에서 물러난다.

펠로시 의장은 17일 하원 연설에서 내년 1월 개원하는 다음 의회에서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고 평의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여성으로 두 번이나 하원 의장에 선출되며 유리천장을 깬 살아있는 미국 정치의 역사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가정주부에서 하원 의장이 될 것으로 생각지 못했다"면서 소회를 밝혔다.

진보 성향의 도시 중 한 곳인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정치인인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말대로 가정주부로 있다가 1987년 보궐선거에서 47세에 늦깎이로 정계에 입문했다. 1940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볼티모어 시장과 민주당 하원 의원을 지낸 부친 등을 보면서 자랐고, 트리니티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정계에 입문한 펠로시 의장은 이후 여성 정치인으로서 미국 의회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 원내대표에 당선돼 2003년부터 민주당을 이끌었다. 또 2006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조지 W 부시 정부 때인 2007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 의장에 당선돼 '유리 천장'을 깼다.

민주당이 오바마 정부 때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2011년 하원 의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민주당 원내대표에 다시 선출돼 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끌었다. 이후 2018년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다시 하원의장에 오르면서 또 한 번 자신이 세운 '유리천장 깨기' 기록을 경신했다.

중간선거 직전에 자신을 노린 괴한이 자택에 침입해 고령의 남편을 둔기로 내리치는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내주면서 20년간 지켜온 하원 지도자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펠로시 의장은 두 번째 하원 의장 재임 때 민주당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칠게 대립하면서 뉴스의 초점이 됐다.

특히 2020년 2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했을 때악수를 하려고 자신이 내민 손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부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직후 의장석에서 연설문을 찢는 장면은 아직도 회자된다. 그는 하원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두 번이나 가결하기도 했고,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친 낸시"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지도부 자리에서는 내려오지만, 하원 의원으로서 활동은 계속한다. 그는 지난 8일 실시된 중간선거 때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 11선거구에서 당선돼 '19선 고지'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막후 정치 지도자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이날  "새로운 세대가 민주당을 이끌 시간이 왔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차기 연방하원 의장 
공화당 매카시 유력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 의원이 15일 차기 의회의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에따라 공화당이 내년 1월 출범할 다음 하원에서 사실상 다수당을 예약한 상태여서 매카시 원내대표가 하원 수장이 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