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 2곳에 총격…"장비 수리·교체 필요해 정전 며칠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에서 전력시설에 대한 정체 모를 공격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고 미 CBS, 폭스뉴스 등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무어 카운티 경찰은 지난 3일 남부 마을 파인스 등지에 있는 변전소 2곳이 총격으로 파손돼 가동을 멈추면서 지역 내 4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정전 신고는 3일 오후 7시께 무어 카운티 전역에서 접수되기 시작했다.

정전 사태는 다음날인 4일 오후까지 이어졌으며, 당국은 5일이나 6일, 일부 지역에서는 최장 8일까지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당국은 이곳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며, 무어 카운티 스포츠 종합운동장에 주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시설을 마련했다.

파인스에서는 하수 처리 시설이 고장나 수도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또 정전으로 교통사고가 여러 건 발생하자 당국은 주민들에게 전력이 복구될 때까지 운전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전이 발생한 원인이 단순한 설비 고장 등이 아니라 누군가가 변전소를 공격해 시설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무어 카운티 보안관실은 "변전소 2곳의 시설물에 여러 발의 총탄이 발사됐다"며 "이는 변전소를 표적으로 삼은 공격으로, 무작위 총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인스 소방당국은 총격이 발생한 발전소 시설 중 한 곳에선 누군가가 무단침입한 듯 출입문 경첩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안관실은 아직 용의자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범행 동기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보안관실은 이번 총격이 지난 3일 오후 파인스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드래그 쇼'(여장남자의 공연)에 대한 공격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그렇다"며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노스캐롤라이나 수사당국과 함께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무어 카운티에 전력을 공급하는 북미 최대 발전사업자 듀크 에너지는 "변전소 시설에 대한 의도적 공격으로 장비 여러개가 손상돼 정전이 발생했다"며 "대형 장비를 교체하는 섬세한 수리 작업이 필요하다. 목요일(8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보안관실은 이번 정전으로 수백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di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