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못지않은 존재감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돛을 내린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빛난 데엔 팀의 중심을 이루는 유럽리그 소속 선수 뿐 아니라 국내 프로축구 K리그 태극전사의 활약도 컸다.

가장 빛난 별은 단연 최전방 골잡이 조규성이다. 한때 유럽파 골잡이 황의조의 백업 요원으로 불린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넘버원 공격수로 거듭날 태세다. 올 초 대표팀의 터키전지훈련부터 존재 가치를 보인 조규성은 군 복무를 거치면서 한결 거듭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2022시즌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골 결정력도 최고조에 달했다.

카타르 월드컵 첫판 우루과이전에서는 조커로 뛰었으나 가나와 2차전부터 선발 요원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가나전에서 놀라운 수준의 헤딩 두 골로 전 세계 축구 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득점력 뿐 아니라 미드필더 못지않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수비에도 헌신하는 등 다재다능한 공격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월드컵 참가 직전에도 해외 여러 클럽의 관심을 받았는데, 몸값이 가장 폭등한 태극전사다.

윙어 나상호의 반전도 흥미롭다. 상반기까지 슬럼프를 겪으며 소속팀 FC서울에서도 고전한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을 끝까지 얻었다. 이를 두고 일부 팬은 나상호의 대표 자격에 의문 부호를 붙였다. 그러나 그는 황희찬이 부상으로 이탈한 우루과이전에서 깜짝 선발 출격해 위협적인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역시나 많이 뛰고 헌신하면서 수비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K리그1 우승 경쟁을 벌인 ‘현대가 태극전사’도 빼놓을 수 없다. 전북에서도 좌우 풀백을 도맡는 김진수와 김문환, 울산 수비의 심장인 김영권은 ‘벤투호’에서도 주전으로 뛰며 환상의 케미를 뽐냈다. 김진수와 김문환은 부상을 떠안고 월드컵에 참가했는데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세계적인 공격수를 막아섰다. 특히 김문환은 늘 물음표가 따르던 오른쪽 풀백의 ‘확실한 주전’임을 입증했다. 그는 우루과이 공격수 다윈 누녜스를 꽁꽁 묶는 철통같은 수비 뿐 아니라 대회 내내 위협적인 오버래핑으로 공수 팔방미인 구실을 했다.

월드컵에 세 번째로 참가하는 베테랑 김영권도 ‘괴물’ 김민재와 중앙 수비를 책임지며 듬직한 방어로 건재를 알렸다. 특히 4년 전 러시아 대회 독일전 결승골(2-0 승)에 이어 이번 대회 포르투갈전(2-1 승) 동점골로 월드컵 2개 대회 연속 득점까지 해냈다.

이번 월드컵은 기존 6월이 아닌 11월에 열렸다. 춘추제를 시행중인 K리그 소속 선수 월드컵 국가대표는 이전엔 시즌 중 참가했기에 컨디션 관리가 수월했다. 그러나 이번엔 겨울월드컵으로 열리면서 시즌 완주 이후 참가해야 했다. 게다가 어느 시즌보다 빡빡한 일정으로 여러 선수가 부상을 안고 뛰었다. 카타르에 참가한 태극전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꽃 같은 투혼으로 자기 기량을 발휘하면서 벤투호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이바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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