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말 등 소리에 대한 48개국인 반응 연구결과

"짐승의 감정 성격·격앙 수준 생각보다 잘 알아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돼지 같은 짐승의 소리를 잘 들으면 감정을 일부 알아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진은 이 같은 시사점을 담은 논문을 6일(현지시간) 영국왕립학회 학술지에 실었다.

연구진은 말, 돼지, 염소, 소, 야생마, 멧돼지, 인간 등 척추동물 7개 종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짐승의 소리는 심박이나 움직임에 대한 별도 분석을 통해 각성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 긍정적 상태와 부정적 상태로 분류했다.

인간의 경우도 말 중에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음성을 골라 각성 여부, 긍정·부정적 상태 등 두 세트로 나누었다.

연구진은 48개국에 있는 실험 참가자 1천24명에게 이들 소리 4쌍씩을 들려줬다.

이들 참가자는 2쌍에 감정이 격앙된 수준, 나머지 2쌍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정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감정의 격앙 수준을 알아맞힌 경우가 54.1%,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알아맞힌 경우가 55.3%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동물의 감정이 종을 불문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밖으로 표출되는 면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엘로디 브리퍼 박사는 "아마도 사람들은 인간이 각성했을 때 내는 목소리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판정을 할 것"이라며 "스트레스의 통로와 관련되는 각성은 척추동물 전반에 걸쳐 잘 보존된 체계"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인간이나 주변에 함께 지내는 가축의 감정을 야생동물의 감정보다 더 잘 알아채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말, 염소, 인간의 소리가 각성 상태인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아맞히는 비율은 산술적 확률보다 높았다.

특히 돼지, 말의 소리를 듣고 감정의 격앙 수준을 알아채는 비율은 각각 59%, 58%로 인간(55%)보다 높았다.

다만 인간의 소리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아챈 비율은 68%로 돼지(58%), 말(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인 멧돼지의 소리를 듣고 감정의 격앙 수준을 알아맞힌 비율은 산술적 확률보다 낮았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