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구조 조 양도 은퇴식 참석…조 양 아버지 "달관이 없었으면 우리 가족도 없어"

신병 시절 '탈영' 문제견…이후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활약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때 문제견으로 방황하다 국민적 칭송을 누린 군 정찰견 '달관'이가 파란만장했던 1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육군은 32보병사단 산하 기동대대에서 군견 달관이의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를 8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하지만 초년병 시절 달관이는 군 생활에 달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월 28일 훈련을 위해 육군 제1군견교육대로 입교하기 위해 이송되던 중 고속도로에서 군용트럭 철망을 뚫고 달아나 '탈영'한 것이다.

군은 물론 경찰과 한국도로공사까지 투입돼 대대적 수색에 나선 끝에 달관이는 충북 증평 IC 인근 음식점 뒤편 야산에 있다가 주민 신고로 하루 만에 생포됐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달관이는 2016년 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군견훈련소 보수교육에서도 매년 종합성적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군 생활에 매진했다.

달관이는 갈고닦은 실력을 2019년 선보이며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해 7월 23일 청주에서 가족과 등산에 나섰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이 실종됐다. 경찰, 소방, 군 등 연인원 5천700여 명이 수색에 투입됐고 달관이도 조 양을 찾는 대열에 합류했다.

실종 열흘째이던 8월 2일, 박상진 원사와 함께 야산을 헤집고 다니던 달관이는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취하는 '보고 동작'을 했고, 그 위치에서 3m가량 떨어진 바위 구석에서 조 양이 발견됐다.

산속에서 홀로 열흘을 버틴 실종자를 가장 먼저 찾아낸 것이다. 큰 공을 세운 달관이에게 당시 경찰이 15만 원 상당의 간식을 제공하는 등 각계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간 조 양 수색 작전 등 실제 작전에 12회 투입돼 활약한 달관이는 어느덧 올해 나이 10세로 '베테랑' 반열에 올라섰다.

군은 사람으로 치면 약 70대 고령이 된 달관이가 체력적인 문제로 더는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은퇴를 결정했다.

달관이와 호흡을 맞춘 군견병은 총 9명이다. 은퇴하는 날까지 달관이의 일상과 훈련을 함께 해온 군견병 김민서 일병은 "달관이는 낯선 군대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우정을 쌓은 소중한 전우"라며 석별의 아쉬움을 전했다.

32사단 윤상순 기동대대장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는 은퇴 명령 낭독, 은퇴견 명찰 부착 및 약력 소개, 장병들이 직접 제작한 선물 전달 순으로 진행된다.

군견 은퇴식 행사는 보통 군견훈련소장 주관 통합행사로 열리지만, 이번 은퇴식은 달관이의 공로와 헌신을 기억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사단 장병들이 직접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3년 전 달관이가 구조했던 조 양과 가족들이 달관이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부대를 방문한다.

조 양 아버지 조한신(52) 씨는 "육군 장병들과 달관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의 우리 가족도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달관이가 여생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와 군을 위해 작전과 훈련에 매진해온 달관이는 은퇴 후 사단에서 정든 전우들과 제2의 견생을 살게 될 예정이라고 육군은 밝혔다.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