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3년 만에 스페인광장서 '마리아 축일' 대중예식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교황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있는 성모 마리아 기념비를 찾아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올리던 도중 전쟁의 포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대목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교황은 "동정 마리아님, 당신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의 감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뒤 목이 메어 약 30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격해진 감정에 교황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교황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교황의 바로 오른쪽에 서 있던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을 비롯해 스페인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교황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기도를 이어갔지만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교황은 "그 대신에 저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너무나 고통받고 있는 그 순교지(우크라이나)의 아이, 노인, 아버지와 어머니, 젊은이의 간청을 전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언급했고, 러시아에 대한 비판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교황은 이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스페인 광장의 성모 마리아 기념비 앞에서 시민과 신자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중 예식을 진행했다.

1854년 12월 8일 비오 9세 교황이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을 통해 '성모 마리아의 무죄한 잉태' 교리를 선포한 것을 기념해 가톨릭교회는 매년 12월 8일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로 기린다.

역대 교황들은 성모 마리아에 공경을 표하기 위해 매년 12월 8일 오후 스페인 광장의 성모 마리아 기념비를 찾아 꽃다발과 기도를 올려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 초기부터 전임자들의 뒤를 이어 12월 8일이면 스페인 광장의 성모 마리아 기념비를 찾아 헌화와 기도를 올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020년과 지난해에는 대중 예식을 취소하고 홀로 약식으로 이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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