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등 국제경기 경험 풍부
□ 현지 고려 스쿼드 극대화 탁월
□ 자신만의 색깔 유연하게 유지 
박항서.김판곤.신태용 감독 모두
AFF챔피언십 4강… 더 '핫'해질 듯

대세는 한국인 지도자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챔피언십에서 한국인이 이끄는 세 팀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지도하는 인도네시아가 주인공이다. 브라질 감독이 이끄는 태국을 제외하고 4강의 75%가 한국인 사령탑을 쓰고 있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동남아에 '광풍'을 일으킨 셈이다.
동남아는 원래 축구 인프라가 열악해 지도자 풀도 좁은 편이다. 챔피언십에 참가한 10팀 중 자국 지도자를 사령탑으로 고용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캄보디아와 싱가포르는 일본 감독으로 이번 대회를 치렀다. 미얀마와 라오스는 독일, 필리핀과 브루나이는 스페인 출신 사령탑을 내세웠다. 하나 같이 축구 선진국에서 온 지도자들이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인 감독들의 역량이 더 돋보이는 배경이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박 감독은 부임 후 매해 신화를 썼다. 더 이상 이룰 게 없을 만큼 베트남을 동남아 최강자로 올려놨다. 가능성을 갖춘 재능있는 선수들을 잘 조련해 지금의 베트남을 만들었다.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은 이제 워낙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를 4강에 올려놓은 것은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다. 말레이시아는 전임 사령탑인 탄쳉호 감독 시절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판곤 감독은 다소 약화된 팀을 물려받았는데 단 1년 사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팀의 완성도를 높였다. 팀을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시켰고, 이번 대회에서도 퇴장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베트남과 대등한 경기를 했을 정도로 전력이 탄탄한 팀으로 변모시켰 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를 이끈 신태용 감독은 착실하게 팀을 발전시키고 있다. 20세, 23세 이하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면서도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속적으로 결과를 얻고 있다. 2년 전에는 인도네시아를 챔피언십 결승에 올려놨고,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의 가장 큰 강점은 경험이다. 세 지도자 모두 경험이 풍부하다. 박항서 감독은 코치로 월드컵을 거쳤고, 프로 사령탑으로도 오랜 기간 일했다. 김판곤 감독의 경우 행정업무로 공백이 있긴 했지만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대표팀을 견인한 커리어가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아시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표팀을 지원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본업으로 돌아간 후에도 빠르게 지도 본능을 발휘했다. 신태용 감독도 마찬가지다. K리그 사령탑 시절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고,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월드컵 감독을 역임한 커리어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우수한 지도력을 뽐내고 있다. 
현지 상황이나 주어진 스쿼드의 능력을 극대화 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현실에 맞게 훈련 프로그램을 짜고 전술을 도입해 팀이 발휘할 수 있는 전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환경에 대처하는 게 한국인 지도자들의 장점이다. 
이번 대회 열풍으로 한국 지도자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 축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 한 명만으로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 지도자에게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는데 이제 이 현상이 심화될 것 같다. 아시아에서는 확실히 한국인 감독들이 우수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준결승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격돌한다. 말레이시아는 태국을 만난다. 결과에 따라 한국인 지도자끼리 결승에서 격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