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KT)은 자나깨나 마운드 운용에 고심이다.
이 감독은 "선발, 불펜, 마무리를 구분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릴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땅볼 유도형 투수, 포크볼이나 커브 등 각 큰 (떨어지는) 변화구를 보유한 투수를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땅볼 유도형 투수가 많은 건 비단 현역 메이저리거 키스톤 콤비를 믿어서가 아니다. 효율적인 투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이유가 있다. WBC는 각국 정규시즌 개막 전에 치른다. 투수들은 100%가 아닌 상태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래서 2006년 초대 대회때부터 투구 수 제한 규정을 뒀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리지만, 이 규정은 유지된다. 올해는 평가전 때도 투구 수 제한 규정을 지켜야한다. 한국은 대회 개막 직전 일본 오사카에서 일본프로야구 두 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두 차례 평가전에 등판하는 투수는 49개 이상 던질 수 없다. 개막 이후에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제한 투구 수가 증가한다. 조별 리그전 형태로 치르는 1라운드에서는 65개가 최대치다. 일반적으로 60구는 4이닝을 던질 수 있는 수준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초구, 2구에 범타를 유도한다면 5회까지도 버틸 수 있다. 땅볼 유도형 투수 중심의 마운드 편성한 이유다. 토너먼트 형태로 치르는 8강전에서는 80개까지 늘어난다. 4강에 진출하더라도 투구 수 100개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투구 수 95개가 최대치다. 제한 투구 수에 도달해도 상대하던 타자가 있으면 승부를 끝낸 뒤 강판할 수 있지만, 투수가 완투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제한 투구수를 넘기지 않았다고 연투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30개 이상 던지면 하루를 쉬어야 하고, 50개를 넘어가면 나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짧게 던지는 계투진도 이틀 연투하면 하루를 쉬어야 한다. 한국은 3월9일과 10일 호주, 일본을 각각 상대한 뒤 하루 휴식 후 체코, 중국과 대결한다. 8강에 진출하면 최대 이틀(조 선두일 경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감독이 "대진 운이 좋다"고 미소지은 이유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