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여부에 羅 "조금 더 고민"…친윤·비윤 스탠스, 지지율 등 관건
저출산 부위원장 사의 표명에 대통령실 "들은바 없어"…반려·보류로 제동?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안채원 박형빈 기자 =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나경원 전 의원이 정치 인생에서 중대 기로에 선 모양새다.
여권 주류를 견인하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기류를 따라 출마 의사를 접느냐, 아니면 여론의 힘을 믿고 친윤(친윤석열)계의 압박에도 출마 승부수를 던지느냐의 갈림길이다.
나 전 의원은 10일 오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출마 여부와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등을 놓고 친윤계와 대통령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아온 나 전 의원이 '정치인 나경원'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났다.
나 전 의원 거취와 최근 대통령실과의 정책 불협화음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시점상 이날 논의가 사의 표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 소식에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정무직을 던지는 것은 대표 출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거나 당분간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대목이다.
당내에선 전당대회 레이스에 직접 뛰어드는 것 외엔 나 전 의원에게 정치적 퇴로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사의 표명으로 사실상 당 대표 도전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조금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의 주변에서도 당장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기보다는, 향후 행보와 관련한 숨 고르기식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엔 용산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로 진행되는 만큼, 나 전 의원으로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당대표에 도전장을 낸다 해도, '친윤'과 '비윤'(비윤석열) 중 취해야 할 입장이 애매해진 상황도 부담이 될 걸로 보인다.
그간 나 전 의원은 '친윤'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 정책 엇박자와 전당대회 출마 건이 맞물려 윤심에서 멀어진 듯한 상황이 반복됐고, 친윤 표심을 온전히 끌어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와 같이 비윤 주자로서 선명성을 띠기에도 나 전 의원의 그간 행보는 온도 차가 크다.
따라서 당대표 레이스에 뛰어들려면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나경원 당대표'의 당위성을 당원들 앞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지지율은 선택지에 결정적인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인지도와 4선 의원의 정치 경력으로 현재 당심(黨心)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윤심과 거리에 따라 당심도 흔들릴 가능성도 나온다.
반대로 대통령실·당내 친윤 그룹과의 공개 파열음 이후에도 여전히 흔들림 없는 '당심 1위'를 유지한다면 출마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의 당권 도전 여부는 경쟁자들의 표심 계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기현 의원은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의 최고위원 캠프 개소식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나 전 의원 출마와 관계없이 김기현은 1차 투표에서 압승해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철수 의원은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으신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쨌든 아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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