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가 폭염에도 난방시스템 가동 멈추지 않아 참변"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의 한 은퇴자 전용 아파트에서 더위를 견디지 못해 숨진 60~70대 여성 3명의 유가족에게 아파트 소유주 측이 1천600만 달러(약 200억 원)를 보상하기로 했다.

10일 시카고 언론과 AP통신·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 로저스파크 지구의 '제임스 스나이더 아파트'(JSA)를 소유·운영하는 '게이트웨이 아파트먼트'와 '히스패닉 하우징 디벨롭먼트' 측은 작년 봄 시카고 지역에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당시 JSA에서 참변을 당한 돌로레스 맥닐리(76)·그웬돌린 오스본(72)·재니스 리드(68) 세 피해자의 유족에게 총 1천600만 달러를 보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상금은 세 피해자의 유족이 균등히 나눌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작년 5월 14일 12시간새 해당 아파트 내 각자의 집안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시카고 지역에 30~35℃를 오르내리는 이상고온 현상이 닷새 이상 계속된 때다.

부검 결과 세 사람은 모두 과도한 열에 노출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사고 당일 시카고 기온이 30℃에 육박했으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난방 시스템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실내 온도가 무려 39℃에 달했다"고 전했다.

입주자들은 사고가 나기 수일 전부터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으나 관리사무소 측은 난방 끄는 것을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관리업체 측은 "시 조례상 6월 1일 전에 공공주택의 냉방 시스템을 가동할 수 없는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의회 측은 "조례 어디에도 6월 1일까지 난방 시스템을 돌려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6월 1일까지 최저 20℃를 보장해야 한다고만 되어있다"고 반박했다.

유족들은 아파트 소유주와 관리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거액의 보상을 받게 됐다.

유족 측 변호인은 "충분히 피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며 "아파트 소유주·관리업체 측이 상식에 근거해 난방을 끄고 에어컨을 켰더라면 세 여성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총 10층 건물로 700여 명이 거주하며 입주자 대부분이 노인 또는 장애인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카고 시는 이 사고를 계기로 노인 전용 아파트의 경우 실내 체감온도가 26.7℃를 넘으면 공용 공간에 반드시 냉방 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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