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적당한 술도 암 등 유발 건강 위험" 새로운 기준 제시…애주가들 '발칵'

[캐나다]

"적게 마시라는 의미, 알 권리 차원 권고"
 학계 "즐거움·사교등 순기능 무시" 비난

캐나다 보건 당국이 자국민들에게 사실상 금주로 통하는 건강 기준을 권고해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약물사용·중독센터(CCSA)'는 이날 적당하게 마시는 술도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권고했다.

캐나다 보건부 산하인 CCSA는 술자리에서의 적정 알코올 섭취량은 5도짜리 맥주 355mL 한 잔, 12도짜리 와인 148mL 한 잔, 40도짜리 독주 한 잔이라고 제시했다.

CCSA는 이 같은 술자리가 일주일에 두 번 이하가 되면 건강을 해칠 위험이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권고안 작성에 패널로 참여한 피터 버트 서스캐치원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중에게 증거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권고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대중이 자신들의 음주를 되돌아보고 정보를 토대로 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근본적으로 알권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트 교수는 사실상의 금주와 같다는 관측과 관련해 "이는 금지 사항이 아니라 단지 한 번 마실 때 좀 적게 마시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CCSA는 또 임신했거나 임신하려는 경우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알코올은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수유 중에는 절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CCSA 권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일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도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캐나다 성인의 80% 정도는 음주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방송은 이 같은 권고가 이들 애주가에게 불쾌한 불시 경고일 수 있다고 전했다.

브록대학 보건의학과 댄 말렉 교수는 "이런 식의 연구는 종종 알코올이 주는 행복감을 간과한다"며, "CCSA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술의 이점을 고려할 수 없고, 오직 해로운 점만 찾아낸다"고 주장했다.

말렉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평소 적당히 술을 마신다고 여겼던 이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이들에게 걱정과 스트레스를 안길 위험이 있다며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술이 주는 즐거움, 쾌락, 스트레스 해소, 사교 등의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단지 화확물질과 영양분을 섭취하고 배설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회적 공간 속에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권고는 지난 권고인 2011년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것이어서 평소 술을 즐기는 캐나다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당시 CCSA는 남성은 주 15회, 여성은 주 10회 이내로 술을 마시는 게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작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