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이상고온에 에너지난 따른 경기침체 우려 잦아들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경제의 둔화세에도 유럽 경제가 의외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24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는 모멘텀을 잃고 있지만, 유럽 경제는 적어도 현재는 안정적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도 국내총생산(GDP)은 1∼3분기에 플러스 성장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특정 부문과 가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작년 미국 주택 판매는 전년보다 약 18% 감소했고, 지난달 소매 판매는 1.1% 줄었다.

고용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보이고 있지만,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임시고용 노동자 수를 줄이는 미국 기업이 늘어 지난해 12월 임시직 노동자 해고자 수는 3만5천명에 달해 2021년 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작년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2.8%(연율 환산 기준)로 예상하는데, 이는 3분기 성장률 3.2%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미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은 26일 발표된다.

이에 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요금 급등으로 올해 경기후퇴에 빠질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는 달리 선방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 에너지 절약 노력, 새로운 천연가스 공급원을 찾기 위한 정부 조치,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 지원 등이 유로존 경제를 떠받쳤다고 WSJ은 분석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하는 유로존 1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전월(49.3)보다 올라 경기가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반면 미국의 제조업·서비스업 PMI 속보치는 46.6으로 여전히 경기위축 국면을 나타냈다.

PMI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그보다 작으면 경기 수축을 각각 의미한다.

크리스 윌리엄슨 S&P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유로존 경제가 안정화되면 경기 후퇴를 피할 수 있다는 증거가 추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의 금리 인상 속도가 미국보다 더딘 까닭에 아직 경기후퇴가 오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준은 지난해 4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를 4.25∼4.5%까지 올렸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 7월부터 금리를 2.5%까지 인상해 미국보다는 금리 인상 속도가 느리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키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나갈 때 유럽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로존에는 아직 고통이 다 오지 않았다"면서도 "유로존은 경기후퇴를 피하거나, 경기후퇴 정도가 우려보다는 더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내에서도 국가별로 경제 회복 속도에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의 1월 잠정 제조업·서비스업 종합 PMI는 47.8로 전월(49.0)보다 하락했다.

이는 영국 경제가 노동력 부족,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은행(BOE)의 금리 인상,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기업 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다른 유럽 국가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WSJ은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이 일상 회복으로 경제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석유와 다른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