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서 이강인과 연 맺은 스페인 출신 보르달라스
지도자 데뷔 이후 대표팀 경험 無… 많은 시행착오 우려
브라질월드컵서 알제리 이끌고 韓 굴욕 준 할리호지치
日.모로코 맡은 뒤엔 각종 불화설로 월드컵 전 팀 떠나

축구대표팀의 '포스트 벤투' 후보군이 외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계획을 밝힌 후 본격적으로 새 사령탑 물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태하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최윤겸 청주FC 감독,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이정효 광주FC 감독 등 총 6명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고, 25일에는 첫 회의까지 열었다.
협회가 새 사령탑 선임을 구체적으로 찾는 가운데 외신을 통해 복수의 외국인 감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인물은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이다. 스페인 출신의 보르달라스 감독은 데포르티보 알라베스, 헤타페 등을 1부리그로 올리며 '승격 청부사'라 불렸다. 2021년에는 발렌시아 사령탑에 올라 이강인과 잠시 연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그는 "발렌시아가 브라질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한 이강인 방출을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이강인은 좋은 선수였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대표팀의 중심이 될 이강인을 잘 아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이어 거론된 지도자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에 아픔을 안긴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이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당시 알제리를 16강에 올려놓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은 알제리에 무기력한 경기 끝에 2-4로 완패를 당했다. 그때의 알제리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맹렬한 공격력과 잘 정돈된 조직력을 갖춘 팀이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일본 대표팀을 이끌어 아시아 축구 특성을 잘 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두 사람이 현재 축구대표팀에 어울리는 사령탑인지는 미지수다.
보르달라스 감독은 1993년 지도자 일을 시작한 후 줄곧 프로팀에만 있었다. 대표팀은 아예 경험이 없다. 프로팀과 대표팀은 특성이 다르다. 시즌 내내 함께하며 손발을 맞추는 프로팀과 단기간에 잠깐 호흡을 맞추고 경기에 나가야 하는 대표팀에는 다른 리더십과 지도 방식이 필요하다. 만약 보르달라스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다면 시행착오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월드컵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인물이다. 게다가 실패의 이유는 대부분 선수들과의 불화였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모로코에서도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단과 싸워 팀을 떠났다. 비교적 온순하고 순종적인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고려해도 심각하게 강성인 할리호지치 감독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까지 거론되는 인물들의 무게감은 떨어지고,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협회가 어떤 지도자와 더 접촉할지, 그리고 협상에 성공할지 알 수 없지만 선수들의 눈높이와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리더를 물색해야 할 것이다.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