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 함께 노력" 내용…같은 시기 이재명 명의 친서도 북에 전달

道, 이재명 방북 등 북과 16개 협력사업 논의…檢, 연관성 주목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보냈다고 진술한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북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은 이 친서를 임직원들에게 공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12일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담당하는 단체인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다.

쌍방울은 당시 합의를 통해 지하자원 개발, 관광지 및 도시개발, 물류유통, 자연 에네르기 조성, 철도건설, 농축수산 협력 등 6개 분야에 대한 우선 사업권을 취득했다.

검찰은 이즈음 김 전 회장이 김영철로부터 향후 경제 협력에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친서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 후계체제 시절 군 정찰총국장에 올랐던 김영철은 '천안함'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친서를 중국 출장에 동행한 임직원들 앞에서 계열사 대표가 읽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 경기도도 이재명 당시 도지사 명의로 김영철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2019년 5월 말 농촌복합 시범마을 사업 등 협력 사업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구속 기소)에게 전달했고, 안 회장은 중국 선양(심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이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5월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전달한 직후다.

이때부터 경기도와 북측의 협력 사업 논의도 구체화하는데, 이런 정황은 2019년 경기도 국외 출장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월과 4월 중국 출장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 사안을 검토한 뒤 5월 중국 출장에서 북측 인사들과 경제·농업·스포츠 등 16개 협력 사업을 세부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추진안도 포함됐다.

또 경기도는 밀가루와 묘목 지원 등 1차 협력 사업에 이어 쌀 지원 등으로 2차 협력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다.

북측은 개성과 금강산을 포함한 북한 관광과 남포 지역의 항만·산단 개발 및 정제 콩기름 공장 신축 관련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진출을 도와주기로 합의한다.

특히 북한 관광산업 개발 논의는 같은 시기 쌍방울이 북측과 협의한 내용과도 겹친다.

이어 경기도는 2019년 11월 27일 이 전 부지사의 전결로 경기도지사의 방북 초청을 요청하는 공문을 김영철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문에는 경기도지사 직인이 찍혔다.

김 전 회장은 이 시기에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300만 달러를 북측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등으로 구속기소한 검찰은 이 과정에서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3자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사에서 쌍방울의 대북 송금 목적과 대가성 여부를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접촉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이같은 추정에 대해 "소설"이라며 관련성을 일축했다.

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