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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의 世上萬事

치과의

  • '주정뱅이'의 리더십

        세계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독일군이 진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위급한 상황에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을을 지켜야 할지 몰라 갑자기 술렁이고 패닉에 빠졌다.


  • 광화문 '하야가'

    김학천/치과의      요즘 광화문에선 주말마다 축제가 열린다. 대낮의 축제가 아니라 깜깜한 밤의 축제다. 


  • 벌거벗은 임금님

    김학천/치과의      옛날 어느 나라에 욕심 많은 임금이 있었다. 특히 나라를 돌보는 일보다 새 옷을 입고 뽐내기 좋아하는 임금이었다. 신하들은 임금 앞에서는 새 옷을 칭찬했지만 돌아서면 흉을 봤다. 하루는 거짓말쟁이 재봉사와 그의 친구가 임금을 찾아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헌데 이 옷은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것이라고 하자 임금은 몹시 기뻐했다.    


  • '농단(壟斷)'과 '농락(籠絡)'

     사람은 앞날에 대해 답답하거나 불안하면 주술이나 점궤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개 애매모호해서 듣는 이의 사정에 따라 유리한대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 편 가르기

    김학천/치과의  오스트리아에서 마침내 나치 전범 히틀러가 태어난 생가 건물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집이 신나치주의자들의 성지(聖地)가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오래 전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동네 쇼핑몰에 갔다가 목격한 일이 생각이 났다. 상영시간을 기다리느라 이것저것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홀 가운데 있는 작은 키오스크에서 여러 장식품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는 곳이 소란스러웠다. 백인 할머니 한 분이 물건 파는 동양 아낙네에게 화를 내며 큰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물건 파는 아주머니는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같았다. 


  • '용비어천가'

           며칠 전이 한글날이었다.          '해동육용(海東六龍)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고성이 동부(同符)하시니…'용비어천가 제1장의 노래이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4대 왕이신 세종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고 지은 글들 중의 하나로 조선창업의 정당성과 선조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중국의 옛 성군들과 견주어 찬양한 노래다. 여섯 마리 용은 태조 이성계와 그의 조부 4분(목조, 익조, 도조, 환조) 그리고 태종 이방원까지 6명을 말한다.  


  • '예의염치' 

       어쩐 일인지 한국 사회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것도 이름 없는 국민이 아니라 내놓으라는 소위 지도자격이라는 사람들로 말이다. 세계적 대기업을 부도나게 하는 와중에도 알짜 계열회사는 몽땅 챙기는 것도 모자라 사재만 400 억대이면서도 10억 원의 손실을 피하겠다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매각한 회장님. 그리고는 기껏 한다는 소리가 가정주부여서 회사운영을 잘 몰랐다나? 또 친구 사업가 등치는 것도 모자라 협박과 음해까지 서슴없이 한 유력 정치인의 사위라는 동네 양아치만도 못한 부장검사님.  


  •   리더와 보스

    김학천 치과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자녀 8명이 있는데 그 중에 두 아이는 앞을 못보고 세 아이는 귀머거리이고 한 아이는 정신박약아였다. 그러한 그녀가 또 다시 임신을 했는데 매독까지 걸려 태중의 아이를 과연 낳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거짓말

    김학천/치과의      한국의 다음소프트가 지난 3년 간 인터넷에 올라온 글 수억 건을 분석해보니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남편'이었다고 한다. 


  • 중독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기도부터 하는 사람, 커피 한잔 마시는 사람, 혹은 담배부터 한대 무는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하루 시작뿐만 아니라 누구나 습관은 갖고 있다. 좋은 습관일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게다. 습관은 어찌 보면 일종의 중독성이랄 수도 있다. 고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보통 중독이라고 하면 약물을 떠올린다. 내 환자들 중에서도 치료와 더불어 반드시 약이 필요한 것이 아닌 데도 처방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강한 진통제 안에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약을 복용하면 묘한 기분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즐기고 싶어 그럴 게다. 허나 중독은 약물뿐만이 아니다. 오래 전 후배 병원에 방문 차 들렀다가 잠깐 기다리는 동안에 본 잡지에 화이트맨이라는 작가가 쓴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왜 지적인 여자가 폭력적인 남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능력 있는 여자가 무능력한 남자에게서 헤어나질 못하는가?'하는 등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제시한 글이었다. 마침 그 때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화제가 되면서 힐러리가 화를 참으며 살아가는 이유가 그에 대한 강한 중독으로 빠져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기사들이 여기저기 나왔을 때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랑에 중독되어 매여 있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거였다. 이를테면 사랑 중독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누군가 쇼핑을 하다 그 자리에서 죽으면 행복할 것 같다던 말이 떠올랐다. 이쯤 되면 쇼핑 중독자일 게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겠다고 수긍이 간 것은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 가지에 대한 중독증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 곧 그의 삶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죽을 만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졌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하지만 중독에는 목숨을 걸만큼 매혹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랑하는 이들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무서움도 감춰져 있기에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독이 반드시 다 나쁜 것만은 아닐 게다. 드라마 '허 준'에서처럼 극약처방은 독이 반대로 해독작용도 하는 또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는 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인생이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라는 수학 공식의 셈보다 정답 찾기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말함이다. 사랑의 방정식 또한 이와 같아서 '하나 더하기 하나'가 제로도 되고 열도 될 수 있으니 무엇에 중독되어 사는가 하는 것에 따라 그 중독증이 병을 줄 수 있지만 삶의 힘도 되어주니 정말 병 주고 약 주기가 아닌가? 마치 산을 끔찍이 좋아했던 사람은 그 산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영예롭게 여기는가 하면 술이나 담배를 좋아했던 이들이 그것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헤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데도 그 즐김의 대가에 대한 경고를 못들은 척 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이 아닐는지. 그렇지만 유혹에 빠져 스스로 갇히는 파멸의 중독보다는 기왕이면 더불어 사는 사람들끼리 베풀고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랑에 중독된다면 어지러운 사회를 해독시키는 귀한 약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득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미천한 감정을 일으키는 음악을 들은 사람은 그 성격도 미천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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