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깨끗한 직구는 없더라. 그게 미국 투수인 것 같다.”

미네소타의 박병호(30)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타석에서 지켜본 느낌을 밝혔다.

박병호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해먼드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팀의 스프링캠프 첫 공식훈련에서 팀 동료 투수인 토미 밀론과 마이클 톤킨을 상대로 라이브 배팅을 실시했다. 지난 연말 미네소타와 계약한 이후 그가 실제 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비록 훈련이지만 한국산 거포가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하는 장면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했다.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이 배팅케이지 뒤에 자리잡았고 한국은 물론 현지 언론의 사진과 방송카메라가 모두 박병호에게 초점을 맞췄다.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팬들도 박병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박병호는 본격적인 라이브 배팅을 앞두고는 적극적인 스윙으로 칭찬을 받았지만 첫 상대 밀론이 등판하자 다소 긴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밀론이 던진 공 5개는 모두 지켜봤고 두 번째로 상대할 때는 가볍게 배트를 휘둘렀다. 두 번째 투수인 톤킨이 올라오자 초구에 배트를 내밀어 땅볼 타구를 만들었다. 톤킨과는 세 차례에 걸쳐 공 5개씩을 상대했는데 자신있게 풀스윙을 하지는 않았다.

박병호는 “공을 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투수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라 타이밍을 좀 맞춰보려고 했다. 프리미어12를 마친 뒤 투수의 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공을 보고 싶었다”고 밝힌 뒤 “깨끗하게 들어오는 직구는 없더라. 투수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구종을 시험한 것 같은데 투심이나 싱커 등 조금씩 변화하는 공을 던졌다. 그게 미국 투수인 것 같다. 방망이가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느낌을 덧붙였다. 

박병호는 훈련을 모두 마친 뒤 “한국과 달리 조를 나눠서 훈련해서 조금 헷갈렸다. 첫날치고는 나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훈련 시간(약 3시간)이 길더라. 공식 훈련이 늦게 시작해서 빠른 공을 지켜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시범경기 기간도 있으니 혼자 배팅 케이지에서 빠른 공을 보면서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버페이스하다가 시범경기 중에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 일단 컨디션을 70% 정도로 올려놓고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채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1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담담한 반응이었다. 박병호는 “한국에서 지명타자로 나갔을 때 성적은 잘모르겠다. 그렇지만 지명타자를 맡게 된다면 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옳다. 1루수 경쟁을 해야하는 조 마우어도 나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게 프로다. 같이 생활할 때는 잘 지내고 경쟁은 야구장에서 하면 된다. 자기 성적에 따라 경쟁에서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서로 마음 상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더디게 출발해 시즌 중반 이후에 성적을 상승곡선을 그리는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였던 박병호는 “그와 관련한 부담은 전혀 없다. 처음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을 쓰면 오히려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미디어나 팬의 기대 등 주변에서 말하는 것에는 가능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보다는 이쪽 문화를 전혀 몰라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른 것에 신경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을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배우면서 이번 시즌을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몰리터 감독도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보장해주겠다는 구상이다. 몰리터 감독은 “많은 공을 보는 것이 적응의 핵심이다. 시범경기 기간에 박병호가 최대한 많은 타석에서 공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늘은 첫 공식훈련이다. 박병호가 팀과 시설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면을 많이 봤다. 라이브배팅에서 공을 보고 스윙도 조금 했는데 점차 적응해나갈 것이다.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의 타순에 대해 “아직은 말하기 이르다”며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미네소타 출신으로 지난 해 LG에서 뛰기도 했던 잭 한나한이 “한국과 미국은 스타일이 다르지만 재능있는 선수는 아주 뛰어나다”고 조언했다다는 사실을 전하며 우회적으로 박병호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