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연주를 노래함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3.
손 끝이 가늘게 떨리며
삶의 한 귀퉁이를 지긋이 누르자 비가 내렸다
어둠의 기억 속,
깊숙이 던져지는 잡음들
어지럽게 널려져있던 검은 눈물방울의 악보들이
땅으로 떨어지며
쓰러져있던 그의 하얀 손가락을 덮는다
깊은 잠 속에서
쏟아지는 땀 방울들이 살아나
빠르게 건반을 누르고
비는 더 빠르게 더 많이
숨막히게 다가오는 생명의 소리들
건반 위를 산책하는 비의 발자국,
창가에 멈춰 선다
영혼의 느린 유형처럼
손가락의 더딘 음색이 창가에 비치고
나를 떠난 나의 깊은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