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연일 장타를 때려내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박뱅’ 박병호(30·미네소타)가 최근 주춤하지만 ‘호호 브라더스’ 이대호(34·시애틀)와 강정호(29·피츠버그)는 경쟁이라도 하듯 장타쇼를 펼치고 있다. 

이대호는 21일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 초 대타로 나서 역전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더니 9회 초에는 시즌 6호 솔로 홈런을 폭발했다. 기술과 힘을 모두 증명해 22일 신시내티전에서는 엿새 만에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5번 타순에 배치돼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갔지만 안타 없이 득점 한 개만 기록해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이대호가 하루 침묵하자 강정호가 파괴력을 과시했다. 강정호는 이날 PNC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 4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해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뽑아냈다. 빅리그 복귀전에서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정호는 이날까지 때려낸 안타 10개 중 8개가 장타(홈런 5개, 2루타 3개)일 정도로 감도 높은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강정호는 7.5타수당 1홈런, 이대호는 9.8타수당 1홈런을 기록 중이다. 내로라하는 빅리그 거포들보다 홈런 페이스가 좋다. 메이저리그에서 5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들 중 타수당 홈런수는 강정호가 1위, 이대호가 4위에 해당한다. 박병호도 13.7타수당 홈런 한 개씩 쏘아 올려 KBO리그 출신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타자들과의 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대호가 클린업트리오에 포함되면서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들은 소속팀에서도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 1호 메이저리그 야수였던 최희섭 본지 객원기자(MBC스포츠+ 해설위원)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게 좋은 타격을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기술적으로는 완성형 타자들이기 때문에 텃세가 심한 중남미 선수들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기 스윙만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강정호나 박병호, 이대호 모두 갖다 맞히는 스윙보다는 자신감 넘치는 풀스윙으로 빅리그 투수들의 공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정면승부를 걸어 온다. 처음에 장타를 펑펑 때려내면 몸쪽 위협구 등으로 견제를 하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다. 위협구 승부가 들어와도 심리적으로 쫓기기 보다 정면승부로 전환하는 시기를 기다리는 여유를 갖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150㎞대 구속에 좌우로 휘는 공을 던지기 때문에 직구 타이밍만 잡아 놓으면 변화구에는 언제든 대처할 수 있다. 강정호와 이대호는 이미 150㎞ 중반대에 형성되는 공을 이겨내고 있기 때문에 시즌을 치를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은 부상이다. 오른 종아리 근육을 다친 추신수는 21일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복귀했지만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햄스트링 경직 증세로 교체됐고 22일에는 강정호가 홈 슬라이딩 도중 왼쪽 손등을 상대 포수에 찍혀 일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위협구뿐만 아니라 플레이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작은 부상도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인 빅리거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비단 타자들뿐만 아니다. ‘끝판왕’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도 돌직구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돌려 세우고 있다. 오승환은 22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홈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역투, 8연속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93마일(약 150㎞)까지 측정됐는데 빅리그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강력한 회전력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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