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부진에 빠진 박병호가 경기 중 대타로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현지언론은 박병호가 매일 경기에 나설 자격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박병호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경기를 마쳤다. 4-5로 뒤진 2사1루서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은 보스턴 우완 구원투수 다자와 준이치를 상대하기 위해 박병호를 빼고 좌타자 오스왈도 아르시아를 내보냈다. 박병호는 이에 앞서 상대 왼손 선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에게 2회와 4회 연속 삼진을 당해 전날 포함, 6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엔 상대 우완 구원투수 히스 헴브리의 슬라이더를 노렸지만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현지 중계진도 박병호의 삼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병호는 53경기에서 볼넷 18개를 고르는 동안 삼진은 66개를 당했다. 한 경기 두 개 이상 삼진을 당한게 17번인데 5월 이후에 14번(5월 9회, 6월 5회)이나 된다. 시즌 타율은 0.212로 내려갔다. 아메리칸리그 전체 꼴찌인 미네소타는 4-15로 패하며 다시 3연패 빠졌다.  

박병호의 부진과 팀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현지 언론의 분위기도 싸늘해졌다. ‘ESPN 트윈시티’는 11일 미네소타가 보스턴에 1-8로 패배한 뒤 ‘박병호는 그가 매일 라인업에 들어갈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박병호의 최근 부진을 짚었다. 이 매체는 “11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점은 놀랍게도 20개가 안된다. 이 29세의 신인은 181타수에서 64개의 삼진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수비에서도 공헌하지 못하는 박병호이기에 공격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병호는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148, 30경기로 확장해도 타율 0.181로 부진하다. 메이저리그 루키이긴 하지만 극도의 타격부진에 빠져있으니 현지 언론의 냉정한 평가에 딱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한심한 공격력과 마운드를 생각하면 박병호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다소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네소타는 팀타율 0.244로 전체 18위, 아메리칸리그 10위다. 톱타자 누네스(유격수)가 타율 0.327로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중심타선은 박병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제 역할을 못 한다. 4번타자 플루프(3루수)가 타율 0.239, 도지어도 0.230에 그치고 있다. 박병호와 함께 팀내 홈런 공동 1위(11개)인 미겔 사노가 27타점으로 1위고 20타점 이상은 박병호를 포함해 5명 밖에 안된다. 또 사노 역시 29볼넷을 얻는 동안 71개의 삼진을 당해 역시 삼진수가 많다.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입단할 때만 해도 하위타순에서 타율 2할5푼에 20홈런만 쳐도 성공일공이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하지만 박병호가 파워를 자랑하면서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반면 팀성적은 바닥을 헤매면서 박병호의 부담은 가중됐다. 적응이 필요한 루키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 없이 타석에 서야하는데 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팀을 먼저 생각하는 박병호의 슬럼프는 더 길어지고 있는 듯 하다.

어찌됐든 이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은 박병호 자신이다. 빠른 볼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사실 박병호가 속구에 약한 타자는 결코 아니다. 부담이 커지고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어이없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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