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우승의 여신’은 아르헨티나를 외면했다. 지난해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한 칠레가 1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2016 코파아메라카 센테나리오에서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메리카 챔피언’에 등극했다. 

칠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와 전,후반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지난해 결승에서도 승부차기 4-1 승리를 거둔 칠레는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이견이 없는 ‘코파 챔피언’에 올랐다. 다만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2년 전 브라질 월드컵과 지난해 코파 대회에 이어 3년 연속 메이저 준우승에 머물렀다. 

초반 아르헨티나의 기세가 돋보였다. 전반에만 6개 슛을 때린 아르헨티나와 다르게 칠레는 단 한 개의 슛도 때리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공격적인 압박으로 토너먼트 오름세를 타는 칠레의 공세를 눌렀다. 하지만 몇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전반 23분 곤살로 이과인이 칠레 수비 실수를 틈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회심의 왼발 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리오넬 메시의 왼발 프리킥도 골키퍼에 잡혔다. 결승 리턴매치인만큼 양 팀 선수들은 경기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두 차례 선수들끼리 몸싸움도 벌였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은 뜻밖에 상황을 주고받게 됐다. 칠레 마르셀로 디아즈가 전반 28분 메시의 돌파를 저지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했다. 아르헨티나로선 수적 우위를 안고 칠레를 더 몰아붙일 기회였다. 그러나 14분 뒤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 역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아르투로 비달에게 거친 태클을 했다가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우승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후반 들어 칠레가 반격에 나섰다. 이른 시간 유효슛을 기록한 뒤 굽히지 않고 지속해서 전진 공격을 시도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메시를 중심으로 맞불을 놓았는데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후반 24분 이과인 대신 세르히오 아게로를 투입,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여전히 ‘0’의 균형은 이어졌다. 

결국 양 팀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탐색전을 벌이다가 한차례씩 결정적인 슛을 주고받았는데 수문장들의 선방이 돋보였다. 아르헨티나 아게로가 메시 프리킥을 절묘하게 머리로 연결한 공을 칠레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가 몸을 던져 쳐냈다. 이어 칠레 바르가스의 예리한 오른발 슛도 세르히오 로메로 아르헨티나 골키퍼가 선방했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1년 전처럼 승부차기로 우승컵을 가려야했다. 부담이 컸을까. 양 팀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비달과 메시가 나란히 실축했다. 이어 2, 3번 키커가 모두 성공한 가운데 네 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칠레 장 보세주르가 성공한 반면 아르헨티나의 루카스 빌리가의 슛이 가로막혔다. 칠레 마지막 키커 프란시스코 실바가 ‘우승 골’에 성공하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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