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아이스맨’ 으로 불리는 헨리크 스텐손(40·스웨덴))이 신들린 샷을 앞세워 필 미켈슨(미국)과의 명승부 끝에 ‘디 오픈’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6위인 스텐손은 18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764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145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공식 명칭 디 오픈)에서 스웨덴 최초의 남자 메이저 대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스텐손은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를 2개 기록했지만 버디를 10개나 쓸어담는 신들린 샷으로 무려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스텐손은 끝까지 따라붙은 미켈슨(17언더파 267타)을 3타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17만5000파운드(약 17억8000만원).

2013년 이 대회에서 미켈슨에게 3타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던 스텐손에게는 3년 전 패배의 아픔을 씻어낸 값진 우승이었다. 2001년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 데뷔해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통산 15승을 따내는 등 정상급 실력을 갖췄지만 메이저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의미있었다.

까다로운 코스에도 스텐손은 이번 대회에서 각종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최종일 8언더파 63타를 쳐 4대 메이저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을 세웠고 유일하게 나흘내내 60대 타수를 쳐 264타로 1993년 로열 세인트 조지에서 그레그 노먼이 세운 디 오픈 최저타인 267타를 3타나 줄였다. 또 20언더파로 2000년 타이거 우즈가 디 오픈에서 기록했던 최다언더파(19)를 한 타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가 기록한 메이저 최다 언더파(20)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미켈슨과의 마지막 4라운드는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였다. 두 40대 베테랑은 우승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스텐손이 1타 앞선 단독선두로 출발했지만 1번홀(파4)에서 미켈슨이 버디에 성공한 반면 스텐손은 보기를 범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스텐손은 2~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기록해 다시 앞서나갔지만 미켈슨이 4번홀(파5)에 이글을 성공시키면서 동타가 됐다. 그렇게 13번홀까지 공동선두를 이루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승부가 스텐손 쪽으로 기운 것은 14번홀(파3)부터다. 스텐손이 14번홀에서 8m, 15번홀(파4)에서 12m나 되는 긴 버디퍼트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2타차 단독 선두로 달아났다. 미켈슨은 16번홀(파5)에서 10m 남짓한 이글 퍼트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춘 스텐손은 “오늘 환상적인 대결이었다. 좋은 경기를 펼쳐준 미켈슨에게 고맙다”면서 “이번 대회가 내 차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우승하지 못했다면 다시 도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가족과 나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웃었다. 3위는 6언더파 278타를 친 J.B.홈스(미국), 4위는 5언더파 279타를 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차지했다. 한국선수는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공동 53위(7오버파 291타) 안병훈(25·CJ그룹) 공동 59위(9오버파 293타) 이수민(23·CJ오쇼핑) 공동 79위(18오버파 302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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