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메달,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지만 올림픽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 

한국 여자 골프의 에이스 박인비(28·KB금융)가 리우올림픽 출정을 앞두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4일 제주 오라 골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몸상태는 80% 가량이라고 보면 된다. 아직도 통증이 남아 있지만 경기를 충분히 뛸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현재 부상 상태와 올림픽을 앞둔 각오와 목표 등을 밝혔다.

박인비는 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두달 가량 대회를 뛰지 못했다. 그동안 재활과 훈련을 병행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리우올림픽 출전을 선언한 이후 가진 첫 공식 인터뷰에는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는 에이스답게 듬직했다. “올림픽 출전을 하기까지 힘든 결정을 했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이고, 저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후회없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하면서 “목표는 당연히 메달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인비는 5일부터 오라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해 리우 올림픽 앞둔 마지막 실전 테스트에 임한다.

-부상 상태는 어떤가? 
정확한 진단명은 중수지수근골인대 손상이다. 한달 이상 재활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한달 전만해도 골프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좋아졌다. 지금은 실전 라운드 소화할 수 있을만큼 호전됐다. 

-아직도 통증이 남아 있나? 
반 이상 없어졌다. 18홀 라운드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휴식 전 마지막 대회였던) KPMG 위민스 챔피언십 때가 20~30%였다면 지금 컨디션은 80% 되는 것 같다. 

-한때 올림픽 출전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가 출전을 결심한 이유는?
어느정도 기량을 찾았다는 자신이 있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과정에 충실했고 노력했기에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모든 선수가 메달을 딸 수는 없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보고 싶었다. 스폰서 압박이나 임신 등 여러가지 루머가 있었지만 판단의 근거는 딱 한 가지였다. 내가 과연 올림픽에서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느냐였다. 

-올림픽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를 꼽는다면? 
리디아 고, 아리아 주타누간, 브룩 헨더슨이 굉장히 잘 했기 때문에 올해 잘 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큰 경쟁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니라도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

-연습때는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왔나? 
올림픽 코스와 비슷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주로 연습 라운드를 했는데 5언더파까지는 쳐봤다. 올림픽 코스가 전장이 길지 않다고 해서 짧게 세팅해 라운드했다. 원하는 샷을 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하면서 라운드했다. 

-이번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많은데.
사실 지카 바이러스, 치안, 악어 등등 걱정할 게 많은 대회다. 하지만 내 컨디션에 대한 걱정에 비하면 작은 문제다. 내가 가진 꿈에 비하면 그런 문제는 너무 사소해서 사실 신경도 못 썼다. 그냥 내가 좀 조심하면 될 것 같다. 나머지야 IOC나 이런 데서 잘 알아서 하지 않겠나.

-이번 삼다수 마스터스는 두달 만에 대회 출전이다. 
실전 감각을 살려나갔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쉬운 길만 걸어오지 않았다, 불가능한 것도 해낸 적 많다. 이 대회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고 준비한 거 다 펼쳐보이고 싶다. 물론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자신감을 갖고 리우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대회에서 중점을 두는 게 있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상 때문에 스윙할 때 잘 안 나오던 게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통증이 있으면 스윙이 자연스럽게 안된다. 지금 하고 있는 건 몸이 좀 아파도 몸이 저항하지 않고 매끄럽게 스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 평가를 해달라. 
김세영은 시즌 성적도 좋고 자신감도 크다. 든든하다. 전인지는 워낙 꾸준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양희영도 차분하고 꾸준해서 믿음직하다. 

-리우에는 누가 동행하나? 
남편(남기협 코치)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 간다. 

-올림픽 코스 세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타자에게 불리한 코스인거 같다. 조금 더운 브리티시 오픈 느낌이라까. 낮은 탄도를 치는 나에게는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첫 번째로 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잔디, 날씨, 코스 매니지먼트 등 누가 적응을 빨리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말해달라. 
골프인생을 살면서 가시밭길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헤쳐나가보자 하고 임하고 있다. 올림픽에 나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부한다. 가서도 열심히 해서 국민 성원에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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