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경기 도중 뒤엉켜 쓰러졌으나 서로 일으켜 세우며 격려
"이기는게 다가 아냐"…女 5,000m서 빛난'스포츠 정신'
결승선을 향해 쉼 없이 달리던 그는 트랙 위에 쓰러졌습니다.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고 두 다리를 버티던 힘도 한순간에 빠졌습니다. 4년간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돼버릴 뻔한 찰나,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16일 리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일어난 두 선수의 모습이 세계 팬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에서결승선을 4바퀴 넘게 앞둔 상황에서 함께 달리던 선수 여러 명이 뒤엉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니키 햄블린(뉴질랜드)과 애비 다고스티노(미국)는 부딪히며 중심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먼저 일어선 다고스티노는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대신 뒤에 쓰러져있던 햄블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일어나. 결승점까지 달려야지. 이건 올림픽이잖아."
일면식도 없던 선수의 격려에 힘을 얻은 햄블린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직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다고스티노가 주저앉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햄블린이 "뛸 수 있겠느냐"고 묻고는 다고스티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두 팔을 잡아 끌어당겼습니다. 그리고는 앞서 달린 선수들이 이미 멀리 가 있었으나 두 사람은 다시 뛰었습니다.
결국 햄블린은 16분43초61, 다고스티노는 17분10초02로 결승선을 끊었습니다. 꼴찌였습니다. 이들의 올림픽은 이걸로 끝이었습니다. 먼저 골인한 햄블린은 다고스티노가 도착하자 다가가 꼭 안았습니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 이들에게 전에 없는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햄블린은 경기 후 "이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지요.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록상으론 둘 다 당연히 예선 탈락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회 경기 감독관은 두 선수가 자기들의 실수가 아닌 불가피한 상황 탓에 넘어진 것으로 판단해 두 선수 모두 결선에 나설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경쟁입니다. 누구보다 앞서기 위해 우리는 앞만 보고 뛰어갑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하나 배웁니다. 삶은, 앞만 보고 달리는게 아니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