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11일 이란전에 패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0-1로 패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이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한국에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야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었다"며 공격진의 결정적 부족을 지적했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발언은 외국의 선수와 비교해 자신의 선수들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에 선수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다른 나라 선수 이름을 언급하면서까지 (우리 선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쉽다"고 경기 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선수들도, 팬들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아쉽다"고 한 손흥민은 "이란이 좋은 경기를 펼쳐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선수들은 유럽에서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이란으로 오는 등 많은 비행을 거쳤다"며 "핑계라 할 수 있지만 정말 고생을 했다, 최선을 다해 이기려 했는데 결과를 못낸 것이 아쉽다"고 열심히 한 선수들을 질책한 슈틸리케 감독을 겨냥했다.
이날 경기 도중 슈틸리케 감독과 경기 전술과 관련해 약간의 의견 충돌을 빗기도 했던 손흥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감독님이 전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공격수들이 공을 받기 위해 나오는데 뒷공간으로 가라고 했다"며 "나도 내 의견을 이야기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했다.
손흥민은 "초반에 경기 운영을 잘못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며 "이란 원정은 쉬운 경기가 아니라 초반 자신감이 중요했는데, 경기가 안풀리면서 선수들이 의기소침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또 "축구는 단체경기다. 잘되는 날은 개개인이 자신감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이런 경기에서는 팀과 개인 모두 밀렸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해 "주장으로서 감독님이 한국 분이 아니셔서 힘드시고 화나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모두 함께 책임지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책임전가가 아닌 의연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