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진(36)이 밝힌 경험담에서 드러난 영화계 '갑질'은 추했다.

이영진은 10일 방송된 온스타일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사이다'에서 최근 여배우를 폭행하고 비합리적 촬영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이영진은 과거 경험을 회상하면서 "첫 촬영, 첫 신, 첫 컷이 베드신이었다. 그날 감독이 날 옥상으로 불러 베드신과 전라 노출을 요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는 상세 계약이 없을 때였다. 단순히 현장에서의 설득 때문에 민감한 장면을 찍을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본은 계약서라기보다 가이드다.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이라면서 "모호하게 쓰는 경우가 많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민감한 사안은 철저한 계약 아래에 진행돼야 한다. 설득이 안 되면 진행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가 털어놓은 이 민망한 에피소드는 영화계에 만연한 '갑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우들은 캐스팅 권한을 가진 감독 및 제작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배우일수록 더하다.

최근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가 "법률 상담을 받는 등 여러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영화계에서 불이익 받을 가능성 때문에 고소를 포기했다"고 주장한 것처럼, 감독에게 당한 부당한 일을 섣불리 알렸다가 연기 경력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생계가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 탓에 영화계가 좀먹고 있다.

특히, 이번 김기덕 감독 논란으로 조직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2009년 고 장자연 사건에서 알려진 것과 같이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라면서 "여배우들은 감독에게 '알리고 싶어도 다시는 이 바닥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 너 하나쯤 매장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몇 가지 사례로 영화계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관련 사건들은 영화계가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이상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이 '갑질'의 뿌리를 확실하게 뽑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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