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 여성 "45년 전 성폭행 당했다" 고소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영화 '피아니스트', '테스' 등을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84)이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스위스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고 뉴욕타임스와 AF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위스 북부 장크트갈렌 칸톤(州) 경찰은 레나터 랑어라는 여성이 1972년 15세일 때 스위스 그슈타트에서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해 올해 9월 피해자를 조사했다고 보도 내용을 일부 확인했다.

폴란스키 감독은 현재 성폭행 처벌을 피해 달아난 '도망자' 신분이다.

그는 1977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배우 잭 니컬슨의 집에서 당시 13세였던 서맨사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플리바겐(유죄 인정 후 감형 협상)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듬해 달아나 지금까지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폴란스키를 고소한 랑어는 현재 61세로 뮌헨에서 태어났으며 전직 배우로 알려졌다.

랑어는 폴란스키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네 번째 여성이다.

올해 8월에는 로빈이라고만 이름을 밝힌 여성이 LA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세 때인 1973년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로빈은 폴란스키가 이미 벌을 받았다며 사건을 끝내달라는 탄원서를 가이머가 제출했다는 소식에 화가 나 자신이 겪은 일을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폴란스키에게 희생된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이머가 탄원서를 내기는 했지만 검찰과 법원은 폴란스키가 법정에 출석하기 전까지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랑어가 로빈의 기자회견, 부모의 사망 등에 영향을 받아 고소장을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실제 기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폴란스키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40년째 성폭행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사이에도 그는 2003년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는 등 영화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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