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3일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이 묵직한 울림을 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각계각층의 영화 관람 소식과 더불어 호평이 쏟아지며 관심을 끄는 ‘남한산성’은 특히 가슴을 울리고 뇌리에 박히는 명대사들이 압권이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 특히 청과의 화친으로 후일을 도모해야한다고 인조(박해일 분)를 설득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죽음을 각오하고 청에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의 팽팽한 논쟁이 영화의 큰 골자를 이룬다. 그 어떤 전투신이나 격투신보다도 현란한 말과 말의 대결을 보여주는 ‘남한산성’인 만큼 캐릭터들의 대사들은 하나 같이 명대사가 된다.

김윤석이 연기한 예조판서 김상헌은 인조를 향해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하는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신의 뜻이옵니다”라며 곧은 기개를 느끼게 한다. 또한, “죽은 것이 진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하며 “오랑캐의 발밑에 임금은 모실 수도, 지켜볼 수도 없다”며 왕 앞에서도 대쪽 같은 면모를 보인다. 

최명길 역의 이병헌이 내놓는 명대사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는 위기를 극복해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보여준다. 그런 최명길을 두고 “만고의 역적”이라고 비난하는 조정 대신들 앞에서 왕에게 “죽지 않고 살아서 그 비난을 다 받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전해 더욱 눈길을 끈다. 

게다가 이병헌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져 더욱 몰입도를 높이는 이 장면들은 이병헌의 실제 삶을 투영시키기도 해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비록 사생활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논란의 배우가 됐지만, 연기력으로 다시 일어선 이병헌의 연기인생이야말로 치욕의 순간은 짧고 그걸 견디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최명길의 주장과 맞닿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영화 관계자는 “‘남한산성’ 감독의 똑똑한 이병헌 활용법이다. 연기 잘 하는 이병헌을 쓰는 동시에 이병헌이 하는 대사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게 했다”고 봤다.

한편, 영화 ‘남한산성’은 소설가 김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첫 사극영화로 영상미는 물론 균형감 있는 연출력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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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