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한국에선 아니다. 다소 애매한 프리에이전트(FA)가 된 오승환(35엸사진)의 2018시즌 행선지는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ML)나 일본프로야구가 될 전망이다. 만만치 않은 2017시즌을 보냈으나 재기를 다짐하며 해외 구단과 계약을 우선순위에 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담당기자 브라이언 스털은 지난 3일(한국시간) 오승환과 인터뷰를 통해 "오승환이 2018시즌에도 메이저리그(ML)에서 뛰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내게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2018년에도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것이다. 올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6시즌에 앞서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체결한 오승환은 빅리그 첫 시즌 76경기 79.2이닝을 소화하며 6승 3패 19세이브 방어율 1.92로 활약했다. 2016시즌 중반부터 마무리투수를 맡아 새로운 수호신으로 올라섰다. 2017시즌에는 일찌감치 마무리투수로 낙점되며 대형 FA 약을 현실로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잔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올시즌 62경기 59.1이닝 1승 6패 20세이브 방어율 4.10에 그쳤다. 마무리투수 자리를 내줬고 세인트루이스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자신감까지 잃지는 않았다. 오승환은 "지난 몇 년 동안 무언가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지만 뒤로 미뤘다. 다가오는 오프시즌은 내 몸을 수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라며 "그래도 마이크 매시니 감독님을 비롯한 세인트루이스 동료들 모두 이대로 끝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2018년에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고 재기를 강조했다.
오승환은 지난 4년 동안 일본과 미국에서 265경기 275이닝을 소화했다. 앞서 KBO리그 9년 동안 444경기 510.1이닝을 소화한 것을 고려하면 과부하를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승환은 2017시즌에 앞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에 참가해 미국 플로리다와 서울을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까지 소화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오승환의 2017시즌 부진 원인을 과부하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에서 찾고 있다. 스털 기자는 "오승환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18시즌에도 야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빅리그 다른 팀은 물론 일본으로의 복귀까지 여러 가지 경우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오승환의 행선지를 ML과 일본으로 바라봤다.
세인트루이스를 비롯한 ML 구단과 대형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단년 계약을 통한 재도전 혹은 이미 평정한 일본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KBO리그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오승환은 한국에선 FA가 아니다. 2013년 FA 자격으로 일본에 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면 전소속팀인 삼성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FA 협상이 아닌 2018시즌 연봉협상을 통해 연봉이 결정된다. 더구나 오승환은 2016년 1월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해외원정도박혐의로 정규시즌 경기수의 50%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을 맺으며 "마지막 공은 삼성에서 던지겠다"고 한 오승환의 약속은 당분간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