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부진했고, 논란은 많았다. 그러나 웃음과 감동도 있었다. 2017년 영화계는 그야말로 ‘인생사 새옹지마’ 같은 굴곡진 한 해를 보냈다. 한국영화와 극장가를 들썩이게 한 각종 이슈들을 모아봤다.

◇택시운전사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가 2017년 유일한 천만 영화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1980년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이야기해 1218만여 관객을 모은 ‘택시운전사’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펜터의 실화를 모티브로 해 더욱 큰 울림을 줬다.

◇잘생긴 북한요원

잊을만 하면 한번씩 등장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잘생긴 북한 최정예요원의 이야기가 연초와 연말 스크린을 장악했다. 현빈의 ‘공조’(김성훈 감독)와 정우성의 ‘강철비’(양우석 감독)다. 지난 1월 개봉한 ‘공조’가 781만 관객을 모으며 2017년을 활짝 열어젖혔다. 여전히 올 흥행 2위작으로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중순 개봉한 ‘강철비’는 27일 현재 366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정우성은 ‘공조’와 같은 시기 개봉한 ‘더 킹’(한재림 감독)으로는 531만 관객을 동원, 올해는 명실공히 흥행스타로서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역사의식
지난해말 뜨겁게 달아오른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남다른 역사의식을 메시지로 담은 영화들이 줄을 이었지만, ‘택시운전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손현주 장혁 주연의 ‘보통사람’(김봉한 감독·38만)과 이정재 여진구의 ‘대립군’(정윤철 감독·83만), 김윤석 이병헌의 ‘남한산성’(황동혁 감독·384만)은 흥행에 실패했다. 천만 영화로 예상되며 기대가 컸던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주연의 ‘군함도’(류승완 감독·659만)는 스크린 독점과 역사 왜곡 등 각종 논란으로 곤욕도 치렀다.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 327만)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역할로 나선 나문희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는 모습이 많은 관객들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 나문희는 연기인생 56년만에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은 ‘제1회 서울어워즈’에서 “77세 먹은 할머니가 상 탔으니까 후배들도 열심히 해서 여든살까지도 상 받기를 바란다”며 덕담 섞인 수상소감을 해 많은 이들을 또 한 번 감격하게 했다. 이후 이어진 많은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다크호스
큰 흥행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중소영화들의 선전은 대단했다. 박서준 강하늘 주연의 영화 ‘청년경찰’(김주환 감독·565만)과 마동석 신드롬을 일으킨 ‘범죄도시’(강윤성 감독·687만)가 무서운 다크호스가 됐다. 또한 이 두 영화는 경찰과 중국계 조직폭력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묘한 접점이 있다. 기대를 뛰어넘은 중소영화의 흥행비결은 ‘입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상수-김민희
지난해부터 수면위로 떠올랐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이 지난 2월 김민희의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계기로 기정사실화 됐다. 이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공표하면서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인권침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한 여배우가 감독을 폭행과 강요 등 혐의로 고소하고, 또 다른 여배우는 독립영화에 함께 출연한 남자배우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영화계 내에 각종 인권침해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영화 ‘전망 좋은 집’에 출연한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과 노출 장면을 두고 수년째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중으로 올해도 설전이 벌어졌다.

‘신과 함께’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이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 연이어 일일스코어 120만 관객을 기록하는 등 역대 겨울 최고 흥행작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의 흥행속도를 일찌감치 능가하며 천만 관객을 기대하고 있다. 역대급 CG가 담기고, 1~2편을 동시에 제작해 편당 제작비만 175억에 이르는 이 영화는 560만을 고지도 돌파, 1편 손익분기점 600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 ‘신과 함께’는 ‘강철비’와 27일 개봉한 ‘1987’(장준환 감독)까지 연말 국내영화 빅3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극장가에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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