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지만 정상급 선수 꺾으며 8강 돌풍
최근 투어 맞대결선 정현 승리… 방심 금물

 방심은 금물이지만 4강도 꿈은 아니다.정현이 호주 오픈 8강에서 격돌한 상대는 미국의 무명 선수 테니스 샌드그렌(26)이다.
 이번 대회 준준결승엔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과 그의 영원한 라이벌 로저 페더러(2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 마린 칠리치(6위), 토마스 베르디흐(20위) 등 쟁쟁한 선수들이 올라왔으나 정현과 싸울 샌드그렌은 세계랭킹 97위로 58위인 정현보다도 무려 39계단이나 아래에 있다.
 샌드그렌과 붙게 된 이유는 정현이 3라운드에서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 4라운드에서 한 때 남자 단식을 평정했던 조코비치를 연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샌드그렌도 세계랭킹 5위인 도미니크 티엠을 16강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기면서 8강에서 예상밖 대진이 짜여지게 됐다.
 한 때 정상급 기량을 드러냈으나 부상 등으로 랭킹이 내려간 선수가 아니다. 샌드그렌은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 본선에 단 두 번 진출했고, 그나마 1라운드에서 패했다. 호주 오픈 본선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엔 예선 1라운드에서 떨어졌다. 세계랭킹 100위 이내 진입도 지난해 가을에서야 이뤘다. 정현 입장에선 랭킹 자체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상대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호주 오픈에서 샌드그렌이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한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는 2라운드에서 세계 8위 스타니슬라브 바브링카를 3-0으로 완파해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정현이 조코비치를 몰아붙일 때, 옆 코트인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티엠까지 잡아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상승세의 두 선수 중 누가 호주 오픈 준결승 진출이란 '대박'을 칠 지 세계 테니스계의 시선을 사로잡게 됐다.
 공교롭게 둘은 호주 오픈 리허설로 치른 지난 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ATP 투어 ASB클래식 1회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엔 정현이 2-1(6-3 5-7 6-3)로 승리했다. 정확히 보름 만에 '생애 첫 메이저대회 4강'의 타이틀을 놓고 겨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