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유럽선수권 당시 러시아 대표팀 캠프
경기장 펜스 높아 비공개 훈련에도 딱
이승우, U-17,20 이어 '10번' 에이스 인정

히딩크가 썼던 호텔과 운동장을 태극전사들이 물려받는다.
신태용호가 3일부터 전지훈련 캠프로 쓰고 있는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크랄러호프 호텔과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은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베이스캠프로 썼던 두 곳이다. 모짜르트 고향으로 유명한 잘츠부르크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가량 떨어진 알프스 산맥 동쪽 레오강은 오스트리아에서 스키와 골프 등으로 유명한 휴양지다. 바로 앞엔 해발 2500m 짜리 소금산이 자리잡는 등 절경을 이루고 있어 태극전사들이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기에 그만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인근 노이슈티프트에서 훈련을 했다. 그러나 이번엔 개최국 러시아가 노이슈티프트를 일찌감치 예약해 놓았더라"며 "이후 전문 에이전트를 통해 레오강을 추천받았고 신 감독이 둘러본 뒤 노이슈티프트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신 감독보다 레오강이 더 익숙한 이가 바로 오스트리아 강호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뛰는 황희찬이다. 황희찬은 "합숙 훈련을 할 때 자주 가는 곳이다. 좋은 훈련지"라고 했다.
슈타인베르크 경기장도 신태용호의 '통쾌한 반란'을 위한 전진기지로 훌륭했다. 히딩크 감독은 10년 전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조련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강 쾌거를 일궈냈다. 이젠 신태용호가 그곳을 차지했다.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엔 이미 대한축구협회 공식 스폰서의 A보드가 진열돼 태극전사들의 땀방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라운드엔 잔디깎는 기계가 스스로 움직이며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3면이 높은 펜스로 둘러싸여 비공개 훈련을 진행하는데도 문제 없다. 본부석에 관중과 취재진을 위한 약간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크랄러호프 호텔과는 2.7㎞ 떨어져 있어 신태용호는 버스로 5분 이동해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에 도착한다.
신태용호는 4일 밤 레오강에서의 첫 훈련을 앞두고 배번을 확정했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막내 이승우가 차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각종 연령별 월드컵 및 아시안컵에서 10번을 도맡았던 그가 이젠 성인대표팀에서도 '넘버 텐'을 확보했다. 손흥민 7번, 기성용 16번, 장현수 20번, 이재성 17번, 구자철 13번 등 주전급 고참 선수들이 종전 소속팀 혹은 대표팀에서 달던 번호를 고르면서 10번은 이승우에게 돌아갔다.
지금은 스타급 선수들이 자신의 고유 등번호를 달며 어필하는 시대를 맞았으나 현대축구에서 10번이 의미하는 상징성은 여전히 높다.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리오넬 메시 등이 10번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번호가 주는 부담 때문인 듯 태극마크를 달았던 스타들이 다른 번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선 중앙 미드필더 박창선이 10번을 차지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선 막내 이상윤이 10번을 달았다. '4강 신화'로 기록되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선 측면 수비수 이영표가 이 번호를 달아 화제가 됐다. 이후 박주영이 2006년과 2010년, 2014년에 3회 연속으로 10번 주인공이 됐고 그가 빠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승우가 바통을 물려받았다. 지난 3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10번을 달았던 황희찬은 11번을 선택했다. 이승우와 함께 처음 대표팀에 뽑혀 월드컵까지 내달린 문선민과 오반석에겐 각각 18번과 4번이 부여됐다.

레오강 |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