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믿는다."
2주의 한국내 훈련, 그리고 열흘 가량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이 모두 끝났다. '죽음의 조'를 탈출하려는 신태용호의 '유쾌한 반란'이 첫 테이프를 눈 앞에 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드디어 월드컵의 땅 러시아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유럽 전훈지 오스트리아 레오강을 떠나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 비행기를 타고 3시간 거리에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뉴페테르호프 호텔에 12일 새벽(이하 서부시간) 도착했다. 지난 해 7월 벼랑 끝 한국 축구를 맡아 여러 고비를 넘고 러시아까지 온 신태용호 도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신태용호는 러시아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특급 경호가 시작됐다. 서부시간으로 12일 오전 5시30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책에 따라 미디어와 팬들이 접근할 수 없는 별도의 게이트를 통해 빠져나왔다. 2006 독일 월드컵까지만 해도 독일 현지 공항에서 선수들이 내리는 장면 등을 촬영할 수 있었으나 2010 남아공 월드컵부터는 완전 분리돼 선수단이 보호된다. 이어 신태용호는 빠르게 이동해 공항에서 47㎞, 자동차로 약 40분 안팎의 거리에 있는 뉴페테르호프 호텔에 도착해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지 한인회 교민과 간단한 환영식을 치른 뒤 러시아에서의 첫 날 밤을 보낸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선수단의 러시아 첫 훈련은 13일 오전 6시(현지시간 오후 4시)에 이뤄진다"며 "FIFA의 정책에 따라 미디어는 물론 팬에게도 모두 공개되는 훈련"이라고 소개했다. 훈련장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숙소 인근 스파르타크 경기장이다. 신태용호는 13일부터 나흘간 담금질한 뒤 16일 전세기를 타고 스웨덴전이 열리는 '결전의 땅' 니즈니-노보고로드로 간다. 17일 공식 기자회견과 적응 훈련을 한 다음 18일 16강행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스웨덴과의 일전을 벌인다.
환호를 위한 숨가쁜 마지막 일정이 신태용호 앞에 놓여 있다. 러시아에 막 입성한 신태용호의 사기는 완만한 상승 단계에 있다. 이제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러시아에 온 이상 체력이나 전술보다는 분위기를 올리는 게 열쇠다.
신 감독은 11일 레오강에서의 마지막 훈련 전 스웨덴전 필승 각오를 밝히며 선수들에게 대한 신뢰를 전했다. 그는 스웨덴-페루전을 위헤 예정에 없던 1박2일 '직관'까지 차두리 코치와 함께 다녀왔다. 신 감독은 "내 스스로는 스웨덴의 약점을 많이 찾았다. 러시아에 들어가서 중점적으로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실전에서 잘 될 것 같은가"란 질문엔 "선수들을 믿고 있다. 훈련 때 반복하면 실전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2010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주역이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주장을 맡았던 구자철은 "아직 월드컵이 시작되지 않았다. 본선이 시작될 때까지 절대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며 동료들을 독려한 뒤 "나와 팀이 모든 것을 스웨덴전에 맞추고 있다. 스웨덴이 전형적인 유럽팀이라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공격적인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오스트리아에서 힘든 훈련을 진행하며 선수들의 응집력이 높아졌다"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뒤를 돌아볼 틈이 없다. 선수들의 결속력을 다지면서 러시아 월드컵을 위해 감추고 감췄던 '필살기'를 마무리할 때다. 신 감독이 그렇게 외쳤던 본선 1차전 스웨덴전이 임박했다. 러시아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가 새 장을 앞에 뒀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