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계신 한국 기자들은 밖으로 나가세요."

12일 스웨덴 축구대표팀 베이스캠프 러시아 겔렌지크에 있는 캠핀스키 그랜드호텔.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의 갑작스러운 말에 현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은 당황했다. 불과 30여분 전 "웰컴!"을 외치며 보안 검색대에 한국 취재진을 신속하게 통과시킨 안전 요원도 표정이 싹 바뀌었다. 하나같이 한국 취재진을 호텔 밖으로 내보냈다.

스웨덴 대표팀은 이날 오후 3시45분(현지시간) 겔렌지크 공항에 도착한 뒤 버스를 타고 30여분 떨어진 호텔에 입성하는 일정이었다. 한때 FIFA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일부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머무는 숙소에 상대국 미디어 관계자가 투숙하거나 들어서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기도 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이런 규정은 없다. 실제 대회 기간 스웨덴 숙소에 일부 한국 매체가 투숙한다. 스포츠서울 등 다수 한국 취재진은 이날 오후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로 진입하는 보안 검색대 앞엔 'MEDIA'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월드컵 AD카드를 발급받은 모든 미디어가 진입할 수 있었다. 호텔 직원은 친절하게 맞았다. 이때만 하더라도 FIFA 관계자 역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로지 스웨덴 선수들이 공항에 도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예상 도착 시간을 호텔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열중했다. 호텔 내부에선 러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이 스웨덴 선수들을 환영하는 소규모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오후 4시가 다 돼서 FIFA 관계자가 A4용지 1장을 든 채 한국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FIFA를 통해 승인을 얻은 미디어만 영상을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지상파 등 방송 관계자들은 황당해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이 관계자는 "사진 촬영 및 다른 취재기자 모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