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경력은 의미가 없다. 현재의 실력이 중요할 뿐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서 격돌하는 프랑스와 벨기에,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사령탑은 개성이 뚜렷하다. 크게 보면 레전드 플레이어와 비(非)스타 출신 감독들의 맞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전설의 미드필더다. 선수 시절 낭트와 마르세유, 보르도, 유벤투스, 첼시, 발렌시아 등 유럽 빅클럽에서 뛰었다. 프랑스 국가대표로 103경기에 출전해 1998 프랑스월드컵, 유로 2000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4년 선정한 100명의 레전드 플레이어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프랑스에 대항하는 벨기에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평범한 선수였다. 사라고사와 위건, 스완지시티, 체스터시티 등 주로 하부리그의 하위팀에서 뛰었다. 스페인 국적인데 연령대 대표팀이나 국가대표로 뛴 적이 없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현역 시절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같다. 그러나 명성만큼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크게 난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의 이력도 화려하지 않다. 디나모 빈코브치, 벨레즈, 바르텍스 등 크로아티아 클럽에서 뛰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데뷔 후 몇 년 동안은 거의 벤치를 지켰을 정도로 인정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이와 달리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나름 탄탄대로를 달린 선수였다. 크리스탈팰리스, 애스턴빌라, 미들즈브러에서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503경기에 출전했다. 1995년 A매치에 데뷔해 9년간 57경기에서 ‘삼사자군단’으로 활약했다.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소금’ 같은 존재로 유명했다. 1998년 월드컵에 참가했고, 유로 1996, 2000 무대를 연속으로 밟기도 했다. 달리치 감독과 비교하면 훨씬 성공한 선수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과 무명의 맞대결이지만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네 감독 모두 결승에 가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 데샹 감독은 2012년부터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화려한 스쿼드를 손에 넣고 있지만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유로 2016 준우승이 가장 큰 성과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명장 반열에 오르려면 트로피가 필요하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의 하위권을 주로 맡았다. 위건을 이끌며 1부 리그 잔류에 매번 힘겹게 성공해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벨기에를 이끌고 결승에 가면 강팀에도 어울리는 지도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달리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낸 결과가 자신의 감독 커리어 하이라이트다. 불과 지난해까지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을 이끌었지만 이제 월드컵 4강 감독이 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상황도 비슷하다. 경력이 부족해 부임 초기 축구 종가 사령탑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극복하고 28년 만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결승까지 가면 아직 40대인 그의 감독 인생은 한 번에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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