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은 지난 2일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개막해 15일 막을 내린다. 문제는 이 기간이 러시아 월드컵과 정확히 겹친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잉글랜드 대표팀이 선전을 거듭하면서 영국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는 7일 벌어진 대회 8강전에서 스웨덴을 2-0으로 꺾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이날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8강전이 열린 시간 윔블던 센터 코트에 빈 자리가 대거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센터 코트 좌석 가격은 102 파운드(약 135달러)로 비싼 편이 아니었지만 빈 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좌석에 앉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축구 중계를 보는 것을 금지하면서 빈 자리가 더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테니스는 조용한 가운데 경기가 진행돼야 하는 특성 때문에 관중석에서 축구 중계 시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인 보비 찰턴 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찰턴 경은 라파엘 나달(스페인·1위)과 알렉스 드 미나르(호주·80위)의 남자단식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로열박스를 찾았는데 같은 시간대에 벌어진 잉글랜드-스웨덴전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잉글랜드가 두 골을 넣은 뒤에 다시 로열박스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윔블던의 하이라이트인 남자단식 결승도 월드컵 결승전과 시간이 겹친다. 남자단식 결승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오후 2시에 시작되고 월드컵 결승전은 2시간 뒤에 킥오프된다. 11일 크로아티아와 준결승을 치르는 잉글랜드의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이례적으로 남자단식 결승에도 빈 자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올해 윔블던에서는 시드를 받은 상위랭커들이 조기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해 흥행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대회 조직위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자단식에서는 상위 10번 시드 가운데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8위) 한 명만 16강에 올랐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남자단식 역시 10번 시드까지 선수 10명 중 절반인 5명만 16강에 진출했다.

한편 니시코리 게이(일본·28위)도 닉 키리오스(호주·18위)를 3-0(6-1 7-6<7-3> 6-4)으로 완파하고 16강에 합류했다. 조코비치는 카렌 카차노프(러시아·40위)와, 니시코리는 에르네스츠 걸비스(라트비아·138위)와 각각 8강 진출을 다툰다. 조코비치와 니시코리가 16강에서 나란히 이기면 8강에서 맞붙게 된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