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반만의 복귀전을 마친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 정현(23위)이 두 번째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시티오픈(총상금 189만165 달러)에서도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정현은 2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막한 시티오픈에 단식 본선 8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다.
이 대회 톱 시드는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3위), 2번 시드는 존 이스너(미국·9위)에게 돌아갔다. 직전 대회였던 애틀랜타 오픈 단식에서 8강에서 멈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현은 최근 발목 부상 복귀 후 첫 대회인 직전 애틀랜타 오픈에서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2회전(16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미국·65위)를 2-0(6-4 7-6)으로 꺾어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렸다.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했고, 8개 대회에서 8강 이상 성적을 냈으니 나름 성공적인 복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현은 네빌 고드윈 코치가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건너가 통증 치료에 집중하며 북귀를 앞당겼다. 하지만 이어진 8강전 패배는 정현의 한계와 숙제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한참 아래 랭킹인 라이언 해리슨(미국·53위)에게 1-2(7-6<7-3> 2-6 6-7<5-7>)로 역전패를 당했는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게 무엇보다 뼈아팠다. 정현은 강한 체력과 날카로운 백핸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한 끈질긴 랠리로 상대를 지치게 하거나 실수를 유도하는 스타일이지만 유독 강서버들에겐 약했다. 해리슨은 랭킹은 정현에 많이 뒤졌지만 강서브의 소유자다. 기록으로 봐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해리슨은 13개의 서브 에이스를 따낸 반면 정현은 단 4개에 그쳤다. 이는 경기 흐름을 깨는 혼란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기를 주도하고도 패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해리슨과의 8강전 뿐 아니라 부상전 대회에서도 엉뚱하게 패하거나 또는 고비를 넘지 못한 경기를 보면 상대가 강서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정현이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선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용국 NH농협 스포츠단 단장은 "정현이 세계 20위권에서 한 단계 뛰어올라 투어의 정상급인 '톱10'에 진입하려면 이제 경기 스타일을 바꿀 시기가 됐다. 현재 정현은 랠리를 해서 게임을 하면 누구와도 밀리지 않지만 이런 스타일은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유인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