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스포츠가 오승환(36·콜로라도 로키스)의 등번호에 담긴 의미를 곡해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에 대해 나름 공부를 한 것 같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야후 스포츠는 30일 '콜로라도 오승환이 새 유니폼 번호로 18번을 사용한다. 비속어적 의미로 이 번호를 골랐을 수도 있다'며 황당한 해석을 내놓았다. 생애 첫 트레이드를 경험한데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쓴다는 점 등이 오승환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매체는 '숫자 18은 한국어로 발음할 때 욕설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 욕설을 아는 사람들이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오승환의 성(Oh)와 숫자 18이 재미있는 농담거리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등번호 하나로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접근이다.
해당 기사가 사실확인 없이 작성됐다는 것을 스스로 뒷받침 하고 있다. 야후 스포츠는 '오승환이 일부러 그 숫자를 선택했는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확실치 않다. 세인트루이스에서 26번, 토론토에서 22번을 달았는지 이 번호는 현재 외야수 데이비드 달과 포수 크리스 아이어네타가 사용 중이라 다른 번호를 택해야 했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투수 배번 18번은 한국에서도 에이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국보'로 불리던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해태시절 달았던 번호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한 1세대 지도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다. 일본은 현재까지도 등번호 18번을 에이스의 상징으로 여긴다. 일본 전통가극 가부키에서 유래한 18번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흔히 애창곡으로 부르는 18번도 가부키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전설 사와무라 에이지가 18번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 중인 다나카 마사히로나 양키스, LA 다저스 등에서 활약하다 친정팀에서 은퇴한 구로다 히로키(전 히로시마), 시애틀의 이와쿠마 히사시 등도 18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인텔리전시 김동욱 대표는 "특별한 뜻을 담은 게 아니라 (트레이드로 갔기 때문에) 남는 번호 중에서 고른 것이다. (오승환이) 등번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성격도 아니라 비어있는 번호 중에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야후 스포츠는 "오승환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적 후 유일하게 콜로라도에서 던진 경기도 1이닝을 실점없이 막아냈다. 그의 활약을 본다면 상대 타자들이 할 말을 숫자로 택했을 수도 있다"며 뒤늦게 위트있는 척했다. 좋게 표현하면 오승환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이지만 나쁘게 보면 인신공격으로 비칠 수도 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상대 팬이 '오! 18'이라고 외치면 당하는 입장에서 기분좋을리 없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