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 일본까지 집어삼켰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일본까지 누르며 3연승으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베트남은 19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야 묵티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최종전에서 전반 3분 터진 응우옌 꽝 하이의 선제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지난 14일 파키스탄을 3-0, 16일 네팔을 2-0으로 따돌렸던 베트남은 일본까지 무너트리면서 무실점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확정지었다. 16강에서 B·E·F조 3위 중 한 팀과 만나기 때문에 8강행 가능성도 높다.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박 감독은 일본전 승리로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큰 획을 그었다. 베트남 축구사에도 역사적인 승리가 됐다.

베트남은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잘 차 넣어 웃었다. 일본의 나이지리아 혼혈 골키퍼 오비 파웰 오비나가 전방의 엔도 케이타에게 패스했으나 엔도의 볼 터치가 길어 흘러내렸고, 이를 응우옌 판 토안이 가로챈 뒤 옆으로 패스했다. 응우옌 꽝 하이가 침착하게 차 넣어 골망을 출렁였다. 박 감독은 벤치에서 일어나 히딩크식 어퍼컷 세리머니를 강렬하게 펼쳐보였다.

일본은 후반 들어 총공세를 펼쳤으나 베트남의 완강한 저항에 밀려 패스미스를 자주 범했다.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은 24세 이상 와일드카드를 3명 모두 쓰는 등 최고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일본은 2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겨냥, 와일드카드 없이 21세 이하(U-21) 선수들로 인도네시아에 왔다. 그렇더라도 전력에서 오랜 기간 한 수 아래 취급을 받아왔던 베트남 축구가 일본과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대결에서 이겼다는 점 때문에 이번 승리는 큰 의미가 있다.

베트남은 일본전 승리를 통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종목의 메달 구도를 흔들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 직후인 지난 1월 중국 U-23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박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으로 단숨에 떠올랐다. 그 때의 영광에 취하지 않고 선수들과 다시 호흡하며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위용을 떨치는 중이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