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26.감바오사카)의 활약이 김학범호를 4강으로 인도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를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어트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4-3 역전승을 거뒀다. 황의조는 전반 5분과 35분, 후반 30분 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연장후반 12분에는 화려한 개인기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황희찬이 연장후반 12분 넣은 페널티킥도 황의조가 얻어냈다. 황의조는 네 골에 모두 관여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난적을 잡고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금메달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섰다.
황의조의 날이었다. 손흥민, 나상호와 함께 3톱의 중앙에 선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세를 이어 이날도 펄펄 날았다. 전반 5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땅볼 슛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1-1로 균형을 이루던 전반 35분에는 골대로부터 약 2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려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연속골을 내줘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30분에도 황의조가 해결했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의 실수를 틈타 빼앗을 공을 받아 골키퍼를 따돌리는 노련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뒤집은 득점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연장에도 황의조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장후반 12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등을 진 후 공을 받아 트래핑한 후 자신을 막던 수비 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반칙을 당했다. 주심은 물론 부심까지 지체 없이 나란히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홀로 만든 페널티킥이었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두 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5경기서 8골을 터뜨리는 압도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선발 당시만 해도 김 감독과의 '인맥' 논란이 거셌지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한참 나오던 인맥 이야기도 자취를 감췄다. 황의조는 조별리그 1차전서 해트트릭을 했고 2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유일한 골을 넣었다. 16강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가장 중요했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활약했다. '역대급' 와일드카드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주장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보다 오히려 더 뚜렷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황의조는 "제 골로 팀이 승리하고 높은 곳으로 가서 좋다. 지금보다는 마지막에 웃고 싶다"라며 금메달을 향해 전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황의조는 '큰형'으로 후배들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보였다.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직접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 들어 부진했던 후배 황희찬에게 양보했다. 황의조는 "페널티킥을 얻자마자 희찬이가 차겠다고 했다. 희찬이를 믿었다. 희찬이가 그 골로 자신감을 갖고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를 향한 남다른 믿음과 배려를 보였다.
황의조의 활약으로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골든 웨이'를 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기존 선수들에 와일드카드로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합류했기 때문에 전력이 탄탄했다. 한국은 당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대패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은 당시 한국전에 출전했던 베스트11 중 9명을 그대로 내보냈다. 두 명은 와일드카드였기 때문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팀이었다. 기세도 좋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대회 치른 4경기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단 한 번도 실점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황의조 앞에서 체격조건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 선수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대회 첫 실점을 포함해 무려 4골이나 허용했다. 사실상 수비 조직력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황의조의 위치선정과 포스트 플레이, 골 결정력은 아시안게임 레벨 위에 있었다. '황의조 열차'를 탄 김학범호의 금빛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카시 |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